얼마 전에 대전에 일이 있어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간 적이 있다.
기차는 1주일 전부터 모두 매진되어 버스를 이용하였는데 고속버스도 대전까지의 거리에서는 중간에 서지 않고 가기 때문에 넉넉히 1시간 5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더구나 주말에는 신탄진까지 버스전용선이 적용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1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으로도 갈 수가 있는 거리다.
반면에 서울로 올라가는 시간은 전용선을 타더라도 장담이 안 되는 것은 광역버스들의 속도제한으로 버스전용선에서도 속도를 못 내는 광역버스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기분 좋게 출발해서 1시간 40분 정도 걸려 도착한 대전고속버스터미널~
택시를 타기 위해 택시승차장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데 서울에서는 보지 못한 모습들이 보였다.
터미널이다 보니 의외로 슈트케이스를 가지고 있는 승객들이 많았는데 빈 택시가 승차장에 들어서면 택시에서 기사는 내리지 않고 트렁크만 딸깍~소리를 내며 열리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택시를 탈 때 짐이 있으면 트렁크를 열며 기사가 내리고 짐을 싣는 것을 도와주고, 내릴 때도 짐이 크면 대부분 짐을 내려주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대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충 8대의 택시가 앞 줄에서 서고, 승객들이 타고 가는 모습을 보았지만 단 한 대도 기사가 내려 짐을 싣는 것을 도와주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승객이 아이엄마이든, 어르신이든, 외국인이든 한결같이 기사는 택시 안에서 트렁크문만 열어주고 승객이 알아서 짐을 싣고, 내리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전에 사는 친구들에게 물으니 그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물으며 내가 말한 기사가 짐을 실어주고, 내려주고 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어쩌면 뭘 그런 걸 가지고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런 작은 모습 하나에서 느껴지는 파장은 나이가 들면 지방에 가서 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자체를 백지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단지 서비스는 그런 택시 하나에서만의 일이 아니라 친절함에서도 느껴진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고 서비스라면 당연히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기에 또한 누려야 하는 것 같은데 한 번도 생각해 보지도, 느껴보지도 못한 생각을 택시를 타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서울에서는 모든 것이 많아서 경쟁력이 있기에 좀 더 나은 서비스로 고객을 잡으려는 마인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불친절하고 뭔가 부족하다면 그것에 대해 컴플레인을 걸기 보다 안 가고, 또 최근에는 sns의 파급력이 대단하기에 조용히 소신을 밝히는 소비자들이 있기에 아마도 좀 더 나은 서비스와 좀 더 나은 고객유치를 위한 영업이 이루어지는 거라고 짐작해 본다.
또 하나 나이가 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병원이다.
다양한 진료를 자신이 사는 가까운 곳에서 좋은 서비스로 받고 싶은데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면 선택의 폭이 좁고, 맘에 들지 않더라도 어쩔 수없이 가야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지방으로의 이동을 꺼리게 된다.
더구나 나이가 든 사람들은 어디에 어필할 수 있는 통로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그런 경우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미리 하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나라 같은 문화 안에서도 문화차이를 느끼는 것은 나만의 경우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모처럼 글을 써보았다.
더불어 글을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또 어쩌면 잘못 입력된 생각이 아닐까 하는 기대도 가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