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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줌마 Mar 05. 2023

소통

주장이 아닌 '경청'이 더 효과적이다.

작년에 '2% 부족한 평신도사역'이라는 책을 한 권 출간하였다.

두 번째의 출간이지만 이 책은 환갑을 맞기도 하고, 고 옥한흠목사님 10주기를 기념하며 잘 훈련받은 제자들 중에 누구 한 명 정도는 그것을 실제적으로 증명하고 싶었는데 책은 내었지만 현재 그런 삶을 살고 있지 못해 사실 불편함이 더 많다.

그럼에도 평신도로서, 그리고 평신도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 책이 잘 활용되기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얼마 전에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묵었던 호텔에서 핸드폰과 함께 신용카드 3장을 잃어버렸다.

핸드폰케이스에 들었던 카드인데 신용카드 외에도 사실 파우치도 함께 도난을 당하고 도난당한 카드로 거의 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의 물건을 구입한 것을 뒤늦게 한국에 돌아와서 알게 되었다.

3개의 신용카드는 결국 3곳의 신용카드사와 연결이 되는데 그중 한 곳만이 내가 요청하기도 전에 카드 사용내역을 보내주고, 자신들이 한 건 외에 나머지에 대한 요청 건은 스스로 승인을 하지 않고 차단해서 손실이 적었고, 한 카드사는 말도 안 되는 물건들을 구입하는데 8건에 대해 모두 승인을 해서 피해금액이 컸다.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한 카드사는 잘 해결이 되어 내가 지출할 금액은 없다는 연락을 주었다.


처음 한국에 돌아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각각의 카드사와 전화를 하는데 3곳의 반응은 모두 달랐다.

가장 먼저 전화를 했던 카드사는 젊은 여성이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카드분실 신고를 했던 누구라고 하니 첫마디가 위로의 인사말이었다.

"마음고생이 많으셨죠?"

"얼마나 속상하셨겠어요."

"너무 걱정 마시고, 자신들도 최선을 다해 소명할 테니 이제 좀 잘 쉬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젊은 여자담당자가 전하는 위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한마디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담당자로서 자신의 역할과 의견보다는 상대방이 그동안 겪었을 마음고생을 먼저 알아준 것이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위로도 되었지만 어쩌면 그 담당자가 할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까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일단은 잘 쉬라면서 그럼에도 소명은 해야 하니 갖추어야 할 서류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딸 또래의 담당자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대를 했지만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한 번에 녹아내리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사실 그 직원의 대처가 없었다면 각각의 카드사와 더 많은 실랑이로 힘들었을 것이다.


외국에서 신용카드를 분실한 경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핸드폰으로 사용내역의 알림이 있으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핸드폰과 함께 통째로 도난을 당했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객실에 두고 간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메이드가 가져갔을 거라는 심증은 100%였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에 뭐라 항의를 할 수도 없었고, 도난당한 것을 외출을 마치고 객실에 돌아온 후에 뒤늦게 알았기에 몇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카드를 불법사용을 했기에 알 수가 없었다.

핸드폰과 카드분실을 한국에 있는 딸에게 연락을 하여 분실신고를 했는데 다음날 이 카드사만 먼저 딸에게 전화를 해서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캡처해서 알려주고, 이후 이상해서 카드사용 승인을 거절했다는 것과 이후 그곳에서 도난당한 사실을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리포트를 받아오라는 것도 이 카드사만 소상히 알려주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길거리에 신용카드가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그 카드를 줍지 않기 때문에 카드가 사용되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담당직원의 발 빠른 대처로 리포트도 받아오고, 또 이후 카드가 사용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어 또 다른 카드사에 전화를 했는데 젊은 남자직원은 자신이 할 말만 전달을 하고, 카드사용내역을 요청했을 때 알려주었더라면 그곳을 우리가 찾아가서 사용된 카드가 내 것이라는 것과 그것을 사용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서 어쩌면 더 쉽게 해결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개인정보보호차원에서 그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여 사실 답답하였다.

소통이 아닌 혼자만의 주장과 정책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도 마음문이 닫히고 '그래 너희들은 너희들 방식대로 해라 나도 내방식으로 한다.'는 식의 반감만이 각인되었다.

며칠 후 담당자가 바뀌었는지 다른 담당직원이 전화해서 절차에 대해 이야기를 하길래 뭔가 할 말이 있어 말을 하려니 지금은 자신이 할 말이 있어 전화를 했으니 자기의 말을 먼저 들으란다.

마치 네 의견은 중요하지 않으니 내 말만 들으라는 것처럼 들려 상당히 불쾌하였다.

그리고 도난에 대한 리포트를 요구하기에 그런 것을 가져오라고 알려주었냐고 물었다. 마치 미리 알려준 것처럼 요구하는 모습이 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그런 리포트가 있는지 어찌 알 수 있는지 사실 물어보고 싶었다.

결국 그 직원은 자신이 할 말을 다하고 할 말이 있냐고 묻길래 없다고 했다.

나 역시 반감이 생겨 담당자가 할 말이 있어 전화를 한 것이니 나는 그것을 들었으니 됐고, 나도 할 말이 있으면 담당자를 찾아 전화를 하겠다고 대응을 하고 담당자의 이름을 물었다. 

그제야 살짝 긴장을 하는 듯해 보였다.

물론 그 직원은 담당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그 모든 일을 하는 것이기에 방법에는 무한의 차이가 있음을 3곳의 카드사 담당자들과 소통하면서 알게 되었다.


세 번째 또 다른 카드사는 담당자가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것처럼 그 목소리에서 느껴졌는데 전화기너머로 나보다 더 걱정을 하였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의 걱정이 아닌 결제된 금액에 대한 안타까움이 한가득 전해졌는데 마치 자신이 갚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워해서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는데 결제된 금액이 가장 적은 카드사다 보니 담당자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듯해 보였다.

어쨌든 한 카드사 외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2~3개월 걸린다고 했으니 기다리는 중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대응을 보면서 다시 한번 더 소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누군가와 소통을 하기 위해서 대부분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 일들을 통해 배운 것은 소통은 주장이 아니라 '경청'이라는 것이다.

일단은 상대방의 생각과 주장을 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소통의 방법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2% 부족한 평신도사역'이라는 책을 내고 나 역시도 주장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을 주장하기에 나의 입지는 너무 작고 좁았다.

더구나 현재는 사역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입장에서 사실 누가 인정해 주겠는가.

책을 내고 필요한 분들은 요청하라고 했더니 대부분 한 권만을 요청하였다. 

아마도 그것도 미안하거나 고맙다고 생각해서 한 요청이었겠지만 처음부터 기증을 목표로 책을 낸 것이기에 제자훈련을 시작하려는 교회의 목회자나 제자훈련을 하고 있는 교회의 평신도 리더들에게 주고 싶었다.

그래서 기다리다 제자훈련세미나를 하고 있는 곳에 스스로 연락을 해서 보내드리겠다고 하였다.

새로 학기가 시작되고 평신도를 훈련하려고 준비하는 교회에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제자훈련은 평신도라면 꼭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목회자의 입장에서만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평신도의 입장과 또한 평신도의 생각이 반영된 교육과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제자훈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목회자라면 더욱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가장 효과적인 소통은 주장이 아닌 경청이기에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주기 바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평신도들은 일방적으로 목회자의 설교를 들으며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제자훈련은 유일하게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또 목회자와 생각과 의견을 나누기도 하기에 쌍방으로 이루어지는 훈련 겸 교육이라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훈련을 받고 세워지는 평신도 리더라면 일방적으로 배운 것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와의 중간역할로 평신도들의 생각을 잘 들어주고 그것을 목회자에게 잘 전달할 뿐만 아니라 또한 소그룹의 사람들과 같은 편이 되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평신도와의 소그룹에서 가르침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경에 대해서는 배워서 알아야 할 진리이지만 그전에 삶에서 그것을 깨우치고 삶에서 말씀이 묻어나게 하는 것은 가르침이 아닌 본이 되는 모습을 통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삶에 대해 가르치기보다는 공감을 해주고, 그것을 기억하여 기도로, 축복으로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훈련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이 그 훈련에 기본 베이스가 되었으면 한다.

강요와 주장이 아닌 공감과 소통이 되는 목회자와 평신도와의 훈련으로 시작되어 평신도 리더와 평신도가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다시 한번 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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