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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Aug 18. 2023

글쓰기 앓이

일간 오은아




책방을 열고 1년 즈음 지난 후부터 거의 쉬지 않고 글쓰기 모임을 했다.

처음에는 신이 나서 썼다. 쓸 말이 손의 속도보다 빨라서 엉키는 적이 많았다. 그렇게 1년, 2년 쓰고 샘들과 글을 모으고 독립출판물도 만들고 드문드문 들어오는 잡지 원고 청탁에 기꺼이 응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생각과 시간을 글로 담았다.

그리고 4,... 6,7년 나는 아직도 글쓰기 모임을 열고 거기에 매주 한 번씩 글을 쓸 목적으로 앉지만 예전 같지 않다.






 글이 내  마음을 뚫고 들어오지 못한다. 글이 쌓이지 않고 매우 허약하게 허물어졌다. 그건 나만 알 수 있다. 힘없고 핵심이 없이 쉬이 풀어져버리고 마는 글이 내 마음에 들 리 없다. 백스페이스 키를 반복하는 내게 묻는다.

'이 지루한 이야기를 또 한다고?' 시간과 글에 반복의 기운이 흐르면 이내 자판을 껐다.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다.



최근에는 내 마음과 상관없는 글이 써지기도 했다. 쓴다기보다 쥐어 짜내는 느낌이었다. 꼰대가 좋은 말을 늘어놓으려 애쓰는 느낌. 하루도 채 투자되지 않는 글의 흔적을 부끄럼 없이 내어놓고는 품앗이 같은 공감(좋아요)을 구하나 싶어 씁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글 쓰는 원심이 사라졌다. 저 아래 단전에서 불러 들어야 할 호흡을 기껏 모가지에서 끌어올리는 느낌! 내 글이 달가울 수 없는 실정에서 허드레 글만 재생산하면 무엇하나.



'이게 공짜 심리 같은 거 아닌가?'

심혈을 기울이는 건 고사하고 최소한의 정성과 수고 없이 전자레인지 즉석밥 2분 눌러놓으면서 구수한 누룽지 가마솥밥을 기대하는 심리.

결심의 글만 써 놓고 지키지 못하면 은근슬쩍 내려놓거나 지운다. 그런 나를 또 자책하고 말이다.



글쓰기 모임 앞 옆 샘들이 신나게 자판을 친다. 마치 키보드와 춤을 추는 것 같다. 나는 춤을 출 수가 없다. 억지 춤을 추다 보면 이내 내가 추려고 한 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알아차려진다. 실망과 자조가 글을 덮친다.

억지로 써 은 낱글은...

내가 쓰려고 했던 글이 아니다.

앉아서 의무감에 자판을 치고 있던 그 상태가 낳은 기호다.



나는 왜 글을 쓰지 못하는가, 나는 왜 글쓰기 앞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만 있을까. 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 마음에서부터의 "솔직함"을 두려워하고 있다. 글쓰기 샘이 매일 올리는 글을 구독하다시피 본다. 그녀의 글엔 특별할만한 메시지가 없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솔직함이 있다.

내 글엔 억지로 짜 놓은 어설픈 합리화가 있다. 사실이 있을지언정 솔직함이 없.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 상태를 깨고싶어 별별 방법을 써 본다. 찾은 방편이 내가 좋아하는 몇몇 에세이 작가의 글을 들고 앉아 분석형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글맛에 감탄을 한 작가도 있지만 처음에는 그닥 내 취향도 아니고 구구절절 글이 너무 장황한 거 아닌가 했던 작가들도 있다. 후자의 책에 더  머물렀다. 꾸준히 쉬지 않고 밀어붙이듯 삶으로 글을 쓰더니(글을 삶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더니) 예전에 느꼈던 그 장황성과 미진함은 온데간데없고 신박하거나 세련된 글 매무새가 성숙의 과정을 밟고 있었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썼고, 천천히 글 위에서 시간과 생각을 묵혀 머무르게 한다. 감동이다.



읽어 생긴 높은 눈을, 쓰는 것으로 데려오자니 괴리가 느껴질밖에.

나의 글은, 아니 나의 글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생긴것이다. 먼저 글을 쓸 것이 아니라 내 마음 바라보는 연습을 내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운동하고 정리하고 요가하며 생각을 바라보는 연습을 일상 곳곳에 집어넣 있다. 그렇게 괴리를 줄이려고 노력하니 이제 조금씩 글이... 마음이 써진다.

과감하게 일간 오은아(이슬아의 일간 이슬아를 따라 하는 것이다) 시작한 것도 이 연유다. 반복되는 글의 지루함은 매일 죽이면 된다. 오늘 새롭게 태어나면 나의 모든 이야기는 처음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돌려세웠다.



내면소통 없이 글이 써질 리 없다.







매일이 처음이다.

내 글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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