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죽을 작정하고 옥상에 올라간 적이 있다. 막상 옥상에 올라가 대자로 누우니 너무 많은 생각이 덮쳐서 바로 죽지도 못하고 망설였다. 그때 든 삶의 가장 큰 아쉬움은 죽어서 앞으로 못 먹게 될 만두와 못 보게 될 만화였다. 그때 내 죽음을 향한 의지는 그토록 가벼운 것이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픽하니 웃음이 나온다.
인천 차이나타운 만두
많은 시간이 지나고 이제 그때보다 훨씬 많은 삶의 이유가 생겨났다. 30년 지기 남편이 홀로 남아 외로울까, 아직은 조금 더 아이들 뒤를 봐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오늘도 누군가가 세상을 마감하려 그 의지를 실행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삶을 끝내기 전에 그들도 나처럼 한 가지라도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깃털처럼 가벼워 그들의 슬픔을 상쇄하기에 턱도 없이 부족하더라도 살다 보면 그보다는 훨씬 더 큰 의미가 생기기 마련이다.
살아 움직이는 만화속 인물
먼저 떠나보낸 이의 젊은 날이 떠오르는 날이면 심하게 일렁이는 마음이 내 슬픈 영혼을 덮쳐온다. 그것은 칼로 밴 상처보다 더 깊게 내 마음에 상흔을 내고 숨쉬기 힘든 고통을 이십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고 여전히 생생하게 전달한다.
일찍 떠나간 울 언니
간절히 소망한다. 죽음을 너무 가벼이 생각하는누군가가 마지막 순간 삶의 미미한 기쁨이나 희망이라도 놓지 않기를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