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에서 3년 차 디자이너가 되다
곧 Product designer로서 만으로 2년을 채우고, 3년 차에 접어든다.
광고대행사에서 상세페이지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력까지 합한다면 4년 차지만 엄연히 다른 직무니까!
새해를 맞아 PD로서 2년 동안 어떻게 업무에 임해왔고, 어떤 부분이 아쉬웠고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는지에 대해 회고해보고자 한다.
내가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읽고 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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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의 나는 어떻게 일했지?
생각해 보면 신입 때의 나는 그래도 운이 정말 좋았다.
왜냐면, 실력 있는 사수분을 만났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디자이너 이전에 대학교 졸업 후 상경하여 경영 계열에서 일했을 때, 나에게 없다고 느꼈던 건 바로 사수복이었다. 처음부터 크고 탄탄한 기업에 다녔으면 참 좋았겠지만 나는 경력을 쌓아서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작은 회사도 가리지 않고 지원했다. 때문에 작은 규모의 회사를 몇 군데 다녔었지만 대부분 사수조차 없는 곳이 많았다.
이렇게 되면 일을 체계적으로 배우기는커녕 내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감도 잡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서 내 직무조차 사랑하지 못했으니 회사 다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내 인생에 대부분을 자치할 회사지만 내게 회사는 그저 돈벌이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 광고대행사의 디자이너가 되었고, 이때도 사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때 참, 많이 배웠다. 스스로 공부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디자인툴을 최대한 익히고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유/무료 안 가리고 많은 강의들을 봤고, 연습했다. 그렇게 기계처럼 일하다가 내가 더 흥미로워하는 일을 찾았고, 그게 UI/UX 디자이너였다.
[본론]
신입으로 인하우스의 UI/UX 디자이너가 되었다. 입사해 보니 5년 차 사수분이 계셨고, 동기 1분이 계셨다.
이때의 나는 주로 사수분의 업무 중 난도가 낮은 부분을 배정받아 공부하듯이 업무 할 수 있었고,
디자인 후에는 사수분께 양해를 구하며 반드시 피드백을 구했다.
맨 처음 디자인했던 화면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정말 처참했다. 디자인 실력도 처참하고, 폰트 감각도 없으며 레이아웃의 강약 조절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주시고, 피드백해 주신 사수분 덕분에 현재의 감각을 얻을 수 있었다.
조금 신기하게도 동기분은 미대를 나오셔서 드로잉을 정말 잘하셨다. 나에겐 문외한 쪽이지만, 나도 어릴 땐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그래픽 디자인을 해야 할 때도, 동기분의 결과물은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 있었다. 사물의 명암과 그림자를 잘 더하여 깊이감을 만들어내는 부분에서 굉장히 신기하고 배울 점이 많아 보였다.
그런데 동기분은 내게 레이아웃을 참 잘 잡는다고 했었다. 사수분은 이런 부분을 간파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주로 앱디자인을 동기분에게는 주로 웹 부분의 프로젝트를 할당해 주셨다. 나는 앱 쪽에 UIUX에 더 최적화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고 재밌었다.
나는 첫째로 개발자와의 트러블을 가장 힘들어했다. 이 회사에는 기획팀이라던지 기획자라던지가 따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 쪽에서 기획까지 하여 디자이너에게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체계인데, 이 부분에서 내가 상상하던 일과의 괴리가 있었다.
기획팀이 없다면, UI/UX 디자이너에게 조금 더 큰 권한이 있을 줄 알았지만 내가 다녔던 회사는 유통/물류/총판을 하는 다소 보수적인 회사였다. 스타트업이나 IT기업처럼 열려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개발자들이 기획 업무까지 겸해서 그런지 유독 '수정'에 예민한 개발자가 있었다.
때문에 나는 신입임에도 다시는 수정을 안 해도 될 만큼의 완벽한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내야 했고, 당연히 이게 내 업무였지만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한 번은 이런 소리를 들었었다. 버튼 하나를 디자인에 맞춰 수정해 달라고 부탁드리러 갔었는데, 이런 버튼 눌리기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수정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개발자는 이런 사소한 부분 말고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개발자가 먼저 잘리겠느냐, 디자이너가 먼저 잘리겠느냐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디자인의 중요도가 그만큼 떨어지니 모든 개발이 끝나고 시간이 남아돌면 그때나 해주겠다는 의미를 저렇게 표현하셨는데 상당히 충격이었다. 이럴 땐 어찌 조율하여야 내 업무를 지켜낼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속상해했었던 적도 있었다.
나의 시안이 잘못되었다기보다 애초에 UI를 건성건성 엉망으로 입혀놓은 것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이게 이 회사에선 관례처럼 당연했던 것을 파악하고 쓸데없는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어느 정도 현실에 타협해 갔다. 이때는 신입이고 이쪽 생태계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모든 게 내 잘못 같았다.
'나에게 실력이 없는 걸까?'
'협업도 실력이라던데..'
이게 다 내 잘못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곤 했다.
그런데 이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수분이 계셨다. 사수 없이 신입 시절 혼자 이런 것을 모두 감당해야 했다면 나는 이게 전부 내 탓인 줄 알았을지도 모른다. 중심을 잘 잡고, 내 자존감을 끝까지 잘 지켜내는 것도 사회인으로서 하나의 중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모든 화면단이 1명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처럼 서로서로 톤 앤 매너가 일치하게끔 만드는 것이 신입 때는 참 어려웠다. 이렇게 디자인하려면 아이콘, 폰트, R값, 컬러 모든 것이 같아야 한다. 그래서 디자인 시스템이 필요했고, 개인당 1 프로젝트를 맡기 전까진 사수분께서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해놓아 주셔서 많이 공부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디자인 시스템을 제외한 부분에서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많이 디자인하고 보다 보니 자연스레 감각을 깨우쳤다.
마지막으로 현실과의 타협...
신입으로서 나는 연봉, 직장, 업무 방식 등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타협해야 했다.
특히 토스가 유명해지면서 UI/UX 디자이너라는 이름이 Product designer라는 이름으로 점점 바뀌고 있을 때였고 업무 범위도 기획단까지 넓어지며 그 Data를 기반으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의 회사는 Data를 트래킹 하지도 않았고, Data를 따로 보고 있지도 않았다.
있는 데이터라곤 영업팀이 전해주던 제품 피드백(정성적 데이터)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더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서 계속 점프 업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1년 차엔 이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감을 깨달았다면,
2년 차부턴 일하고 싶었던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 졌다.
그렇게 나는 만 1년을 채우고 새로운 2년 차 이상을 도약하기 위해 이직을 결심한다.
다음 2부에서는 23년 2년 차로서 배운 점, 느낀 점 등을 상세하게 회고하고,
3부에서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3년 차로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정리하며 마무리할 예정이다.
[회고] 2년 차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okay10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