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의 다른 이름
일이 있어 출장을 왔는데 3박 5일 일정으로 짧고 굵게 다녀갈 예정이다. 마침 3주 전에 2주간의 출장으로 다녀갔던 터라 익숙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공항에 내려 준비된 차량을 타고 호텔로 이동하는 길-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3주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땐 taken이었고 지금은 아니라는 사실.
참 신기하다. 그 사람이 같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맛있게 먹고 재밌게 지냈던 2주를 매일같이 시시콜콜 얘기했더니 마치 당시에 여기 같이 다녀간 듯하다. 남자 친구와 여행 왔던 곳을 다시 온 기분이랄까?
한국과 시차가 달라도 새벽까지 영상통화로 라면도 같이 먹고 드라마도 같이 보고, 그땐 출장이라기보다는 마치 내가 미래에 같이 올 여행지를 답사한 느낌이었다. 오면 어디서 묵고 어디를 가고 뭘 먹고 그런 일어날지 아닐지도 모르는 것들을 신나게 정했던 것 같다.
내가 보는 걸 그도 보여주고 싶어 아깝단 생각 없이 데이터 최대로 써가며 실시간 보여주고, 언제든 연락 가능하게 핸드폰 배터리 충분하도록 노래도 듣지 않았던 것 같다. 노력이라고 생각지도 못할 만큼, 어쩌면 한국에서 보다 더 정성스레 주고받았다.
예전엔 첫 여행을 갈지 말지, 그걸로 1년을 넘게 싸우고 화해를 반복하다 그가 나한테 얘기했었다. 여행은 필수라고. 난 여행은 무조건이 아니다로 반박하며 투탁했었는데, 막상 첫 여행을 다녀왔을 땐 내가 주변에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로 바빠 가지 못하는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그때의 추억으로 우리가 정말 끝이 나기 전까지, 힘들 때마다 당시 여행에서의 좋은 순간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참 여행이란 건 많은 걸 담고 있다.
그게 어디를 가던, 혼자이건, 누구와 함께이건,
무언갈 항상 던져준다.
이번 출장에서 내가 잘 버텨주길 기대해 본다.
여행이랑 자고로 의외의 순간들을 선사해 주기에, 그 흐름 속 순간 내 굳은 결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