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엔 그냥 이상해
4월은 참 신기한 달이다.
모든 것이 혼재하는 단계 - 겨울에서 봄이 되어 푸릇푸릇 초록이 돋아나고 날씨는 봄내음으로 언젠가부터 바뀌어 있고, 그 탓에 재채기는 더 심해지고.
회사라면 작년의 성과 평가가 모두 마무리되고 새로운 계획을 이제 막 세워 다시금 계산적이게 뭐부터 채워나갈까 하는 고민이 드는 시점, 퇴사를 한다면 이 시점에 하는 것이 맞겠지 라는 회오리 같은 소용돌이 구간.
모두가 벚꽃을 쫓으러 서울숲으로, 남산으로, 매봉산으로 주말마다 이 spring breeze를 콧구멍에 흠뻑 적시러.
멍멍이가 있다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산책 모드 다시금 불붙여 더워지기 전까지 마구마구 산책하겠지, 우리 집 멍멍이에겐 사람이 없는 추운 겨울 산책이 더 적합하니 이제 새벽에 더 일찍 움직여 사람 없는 곳과 시간을 찾아야 하겠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집에 들어오면 음식물 쓰레기 하나도 버리러 나가기 귀찮았는데, 어쩜 퇴근 후 그게 조금은 덜 귀찮아졌단 말인가. 날씨의 힘이란 정말 무섭구나.
오늘은 퇴근길에 매번 다니는 길을 바꾸어 본다. 해도 길어졌고 이 시간이면 이 지점에 노을이 비추겠지? 올림픽대로에서 성수대교를 타려면 둥글게 뻗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도로를 올라타 진입해야 하는데, 헤질 녘 그 지점은 너무나도 내 마음에 드는 컬러다.
그리고는 꽉 막힌 성수대교 위에 멈춰 선다. 저 멀리 왼편에 한강을, 또 금호동 즈음을 바라보면 뭔가 하루가 막 뿌듯하고 그렇더라. 막상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그 느낌을 기억하고 싶은 거다. 나에게 좋았던 순간을 새기고 싶은 거다. 가끔 그 순간엔 차가 막히길 바라는 마음도 아주 없지는 않더라.
매일이 내 마음에 들기는 쉽지 않지만, 그중에 하나라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연스레 생기지 않는다면 내가 좋아하고픈 순간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