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일기 -둘-

미드 센추리를 찾아서

by 세지



독립을 결심한 이래 남의 집은 어떻게 생겼나 찾아보기가 제일 재밌었다. 시작점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너무도 명확하게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에 대한 막연한 선망이 있었다. 흔히 럭셔리 소비 중 단연 최고 정점은 가구라 하던데, 제한된 버젯으로 (작은 집이지만) 필요한 것들을 사려니 남들 하는 만큼은 불가능했다. 작은 소비로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의자, 소파, 테이블, 조명 중에 하나만 산다면 어디에 투자를 할까, 다양한 고민을 하던 와중에 발견한 빈티지 체어들은 새로운 세상으로 열린 문 같았다. 내가 전혀 모르던 세계라 역사부터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알아보던 중 임스 체어는 단연 하나 갖고 싶은 위시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여타 다른 빈티지 가구에 비해 이 정도면 하나 장만해볼까? 하는 가격 수준이었고, 세트가 아닌 하나만 있어도 그 나름대로 빛이 나는 체어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요거 하나로 시작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사이드 쉘 임스 체어 한 개를 장만하기 위한 혼자만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Eames Chair


정말 단순히 임스 체어를 파는 곳을 인스타그램, 포털을 통해 검색하고 가장 다양한 컬러가 있는 곳을 몇 곳 가보고자 했다. 빈티지 임스 체어는 fiber glass로 만들어진 후 사용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갈라짐'을 보여주는데 같은 컬러라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겉 면의 닳기/태닝과 특유의 패턴이 잘 쪼개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포동 룸퍼멘트

나의 쇼핑 메이트 엄마를 초빙하여 반포동 서래마을로 향했다.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 잡은 roomferment 매장은 생각보다 작은 곳이었고 특별히 원하는 컬러는 정해놓고 가지 않았지만 조금 rare 하다 싶은 컬러는 금방 sold out이 돼버리고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던 컬러만 남아 있었다. 마음에 드는 컬러의 모델이 한 가지 있었는데 팔걸이가 있는 DAR 밖에 없었고 나의 버젯에는 한참 오버되는 수준이었기에 가볍게 패스!



성수동 사무엘스몰즈

한 셀럽 인스타에서 알게 된 매장으로 성수동에 쇼룸이 있어 예약을 하고 방문하게 되었다. (2020년 기준) 미리 시간대를 예약하고 입장이 가능했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돌고 돌아 찾을 수 있었다. 특이하게 지하 주차장과 동일한 층에 마치 garage sale처럼 되어 있어 신기했다. 막상 가보니 빈티지 소품과 조명, 포스터, 테이블 등은 있었지만 찾고 있던 임스 체어는 다양하지 않았다.



한남동 터프

당시 한남동 tuff 쇼룸은 톨릭스가 있던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가구의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임스 체어 외에도 상당히 괜찮은 가격대의 - 내가 살 수 있을만한 수준의 - 빈티지 의자들이 있었고 설명도 친절히 해주셨다. 다만 임스 체어의 다리 모양이나 컬러가 다양하지 않았다는 거.



금호동 오드플랫

금호동 금남시장 쪽에서 옥수동으로 넘어가려는 언덕배기 도로변에 위치해 있었던 oddflat. 이때만 해도 굉장히 작은 쇼룸으로 역시나 미리 예약을 하고 입장해야 했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한 타임에 한 손님만 받는다는 것! 때문에 빈티지 가구에 초짜로서 궁금한 게 많았는데 컬러부터 소재, 다리 모양까지 자세하게 알려주셨고 원하면 다리 모양을 선택해 조립해 주시기도 했다. 빈티지 가구는 본래 사용감이 있는 경우가 많아 수리&보수가 필요한 경우가 더러 있는데 가구의 특성을 잘 모르고 무턱대고 수리해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오드플랫은 자체적으로 사입해서 올바른 방법으로 복원 작업을 완료해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나 전문적이고 심지어 보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 체어 쉘 하단에 별도의 스티커를 부착해 준다.



한남동 컬렉트

비가 억수로 오던 날 혼자 급히 다녀온 kollect. 임스 체어보다는 전반적으로 빈티지 가구, 그중에서도 테이블, 화장대, 소파 등 큰 규모의 가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격대도 물론 어마어마했고. 마치 갤러리에 온 기분이었지만 입문자에게는 너무 어려운 곳이었다.






(모든 내용은 2020년 시점으로 작성되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임스 체어 한 개를 들이기 위해 들른 곳들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컬러도/다리 모양도/서비스도 가장 신뢰가 갔었던 오드플랫에서 최종 구매하였다. 은은한 시폼 컬러로 무난하게 잘 어울릴만한 색상이었고 fiber glass가 젤 예쁘게 갈라진 것으로 골랐다.


임스 체어를 알아보면서 연도에 따라 여러 생산지가 있었고 사용 용도도, 하단의 인그레이빙도 다를 수 있어 나에게 올 아이가 과연 어느 시대에서 올지 너무 궁금했었다. 이런 게 바로 빈티지 가구를 찾는 묘미가 아닐까?


그리고 나에게 온 아이!


두둥.







은은한 SEA FOAM 컬러


HERMAN MILLER 인그레이빙 로고 - S 각인에 1966년 스티커까지



## 참고


1953 to 1972 – Summit Plastics (Kalamazoo, Michigan, USA)

The Herman Miller logo appears more distinctly, it is moulded directly into the fibre. Labels may also be present. These editions have an “S” on the back of the shell, either circled or not. Sometimes there is also a logo with two triangles superimposed.

@https://blog.design-market.fr/en/eames-chair-recognising-and-buying-an-original/#cinq


##



식탁 겸 책상을 알아보면서 '세트로 딸려오는 의자 너무 싫어!'라는 강박관념에 덜컥 "테이블만" 들여놓았었다. 한 동안 사다리에 앉아 지내다가 드디어 이 HERMAN MILLER사 EAMES CHAIR를 구매하니 긴 여정이 한 단계 마무리가 된 듯했다. 그렇지만 그건 1단계에 불과했다. 모든 걸 새로 사는 입장에서 최대한 아끼고 아껴 필수 가구를 들여놓고, 대신 테이블의 배도 넘는 가격의 임스 체어 한 개를 사니 일단 여기서 스톱! 하나하나 모아가기로 결심하고 의자 하나로 한 달을 지내면서 별 문제는 없었지만, 그냥 식탁이 외로워 보일 뿐. 또 손님이 오면 나는 다시 사다리행이라는 것.


그다음 달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또 시작된 가구 투어는 3편에서 계속된다.

작가의 이전글독립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