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구독자가 세 자릿수가 됐다. 첫 글을 올린 지 약 4개월 만이다. 처음 글을 올리고 다른 작가분의 브런치를 기웃거리며, '구독자 100명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100명이 되고 보니 생각만큼 좋지 않고, 생각보다 훨씬 좋다. 100점을 맞은 것처럼 오랜만에 뿌듯하고, 신났다. 만나는 사람마다 '제가 브런치를 하는데요. 아, 먹는 건 아니고 쓰는 것인데, 한식보다는 양식에 가까워요. 마음의 양식요.... 그런데 제 브런치 구독자가 100명이 됐어요!'라고 막 자랑하고 싶을 만큼(다행히 퇴근 후 100명을 돌파했고, 가족만 괴롭힘을 당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쏟아내는 기분이었다. 일과 두 아이의 엄마 역할로도 빽빽한 일상에 글쓰기까지 하면서, 제 역할도 제대로 못하면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염려도 됐다. 하지만 늘어나는 라이킷과 정성스러운 댓글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울 힘이 났고, 계속 글을 써 나갈 동력을 얻었다. 구독을 한다는 것은 계속 내 글을 읽고 싶다는 결정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읽어주시고, 구독까지 해 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소감이 거창하다 싶다. 하지만 다음 소감은 언제 쓸지 모르니(쓰지 못할 수도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은 다 해 보련다.
사실 어제 감사의 글을 쓰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4교시 후 점심을 먹기 전, 신규 발령 때부터 24년 간 내 최고의 선배인 선생님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건강하고, 유쾌한 분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내가 아는 그녀의 세월이 머릿속을 흘러가면서 계속 눈물이 흘렀다. 왼손으로는 연신 눈물을 닦고, 오른손으로는 숟가락으로 밥을 떠 넣으며, 입으로는 급식 지도를 했다. 그녀도 출근해서 수업을 했고, 내일은 수업 후 추가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간다고 했다. 암에 좋은 음식을 검색하면서 오후를 보냈다. 퇴근 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인이 여성호르몬 과다래. 내가 여자라니. 내일 전이됐나 검사한대. 내일 급식에 멜론 나오는데, 금식이라 못 먹어서 그게 아쉽지 뭐." 그녀는 여느 때처럼 씩씩했다.
"여성호르몬이 많다니, 남성호르몬이 넘치는 줄 알았는데 둘 다 많나 봐. 급식 못 먹으면 예민해질 텐데, 애들이 조심해야겠다. 암 치료에 강황이 좋대. 집으로 보낼 테니 잘 챙겨 먹어. 그리고 내일 검사 끝나면 메로나라도 사 먹어." 나도 너스레를 떨며 가볍게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구독자 100명 알람을 받았다. 선배에게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기뻐하는 마음조차 미안했다). 가족에게 자랑을 하는데,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서울에 장갑차가 다니는 사진이었다. 합성 사진처럼 보였는데 비상계엄이 선포됐단다. 가짜 뉴스인 줄 알았는데, TV에서 뉴스 속보가 나왔다. 가족과 하기로 한 구독자 100명 기념파티는 '비상계엄'에 묻혀버렸다.
브런치는 내게 슬프고 놀라운 일 중에 기쁜 일이 되었다. 어제만이 아니라 여러 날의 순간순간, 뜻하지 않은 반가움이었다. 구독자 분들께도 내 글이 그러하길 바라며, 감사를 전한다. 또한 사랑하는 선배의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