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말은 옳다
살면서 좋은 일도 많았지만, 가장 좋았던 날은 10년 전 오늘이다. 꽃차남을 낳던 날.
임신 7개월 들어서면서 진통을 했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두 밤인가를 자고 원광대병원으로 가야했다. 며칠 지나면 집에 갈 줄 알았는데 두 달 넘게 병원에 누워 있었다.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해서 씻을 수도 없었다. 강동지나 지현은 물을 떠다가 누워있는 내 머리를 감기고, 몸을 닦아 주었다.
2009년 5월 11일. 뱃속 아기는 갑자기 호흡을 멈췄다. 초긴급 제왕절개로 아기를 꺼냈다. 36주 만에 태어난 아기는 장하게도 폐까지 완성되어 있어서 자가호흡을 했다.
그날 밤, 긴장이 풀린 강동지는 막노동 하고 온 사람처럼 완전히 골아 떨어졌다. 아기를 낳았지만 수술한 몸이라서 또 움직일 수 없게 된 나는 뭐라도 하고 싶어서 셀카를 찍었다.
그날 밤, 우리 엄마는 “오메! 오메!” 뛸 듯이 기뻐하며 축하주를 마셨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의 술을 다 마셔버린 사람 같았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애야. 내 딸 몸에 그러고 주사바늘을 많이 꽂아놓고 있응게 얼마나 불안했는지 몰라야. 아픈 애기를 평생 짊어지고 살 딸을 생각한게는 날마다 앞이 캄캄했씨야.”
그리하여 2019년 5월 11일은 우리집 어르신의 탄신일. 열흘 전부터 탄신주간이었다. 치사하고 아니꼽지만 내 성질을 죽여가며 어르신을 모셨다. 아침밥을 먹여드렸고, 탄신일 사흘 전부터는 빤스까지 입혀드렸다. 이틀 전에는 강동지가 어르신 주무실 시간에 맛있는 음식을 해드리고 40분간 놀 수 있게 해드렸다.
어르신은 탄신기념으로 떡갈비를 드시고 싶다고 했다. 소식의 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 식구는 넷이서 6인분을 먹었다. 참으로 경사스런 날에 유일한 미스테이크는 내 옷차림이었다. 달랑 면티만 입고 가서 좀 추웠다. 강동지의 재킷을 달라고 해서 걸쳤다.
“엄마, 지금 홍대 피플 같네.”
제규가 나를 보고 말했다. 그 멋스런 분들은 재킷을 다 그렇게 오버사이즈로 입고 다닌다고 했다. 겨울에는 서늘하게, 여름에는 덥게도 입는다고. 젊은이의 말은 언제나 옳다. 밥을 먹고 기운 쓸 데도 없고 해서 제규랑 홍대 피플 놀이를 했다.
참고로 제규는 며칠 전에 서울 다녀왔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