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고영남. 미국 춤을 추는 평범한 사람. 고영남은 어려서부터 누구도 외롭지 않게 할 줄 알았다. 미팅 나가서는 여학생 남학생 짝이 딱 맞게 노래방에 입성할 줄 알았다. 다만, 중학생은 보호자를 보증인으로 데려와야 하는 시절이었다. “곧 어른 오실 거예요.” 고영남은 사장님한테 공손하게 말했다.
보호자는 스물다섯 살 배지영. 배지영은 가계부에서 만 원 한 장을 꺼내 들고 동네 노래방으로 달려갔다. 사장님은 배지영에게 어른 맞냐고, 신분증을 내놓으라고 했다. 배지영은 얼굴이 빨개진 채 집에 가서 가방마다 뒤집어 탈탈 턴 뒤에 지갑을 찾았다.
82년생 고영남은 40대. 아이 셋의 아빠가 되어서도 옛 친구들과 친구들의 아내들과 친구들의 남편들과 친구들의 아이들과 만난다. 어느 해 명절에는 함께 캠핑을 가고,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는 그 많은 사람들이 고영남의 집에서 놀았다. 친구가 전국노래자랑에 나가면 만사 제쳐놓고 가서 응원했다(고영남의 친구 김유지 인기상 수상, 왕이 될 상 아니고 대스타 될 상). 고영남의 친구들 중에 팔다리가 길고 확신의 미인상인 김해경이 있다.
“외숙모.”
며칠 전 김해경이 배지영을 불렀다. 사인이 취미인 배지영에게 사인본을 주문했다. 70여 권 사인한다고 배지영의 팔은 떨어지지 않는다. 집중력은 떨어진다. 막판에 날짜를 ‘2025년 여름’이라고 썼다. 한 권 새로 사서 사인했다. 끝마치고 확인해 보니 ‘2025년 여름’이 세 권 더 있었다.
여름 가고 가을 가고 겨울 오는 거 인정 못 하나?
배지영은 11월에도 반바지에 니삭스 차림으로 운동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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