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좁은 세상
올해 들어 회고록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아마 가장 많이 쓴 말은 '시간이 없다' '쏜살같이 한 주가 지나간다'는 뉘앙스의 것들이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그렇게 시작하려고 했으나, 매번 시간이 없다고 중얼거리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 현재 상황을 제대로 직시해보고자 한다. (내일 하루를 비워뒀다.)
일이 많아지면 내 안에 장치가 있는 건지, 반사적으로 우선순위를 구분하게 된다. 꼭 해야만 하는 일에 힘을 쏟고 나머지(라고 치부하는) 것에 힘을 빼거나 아예 스킵하기도 한다. 이번 주에는 그렇게 넘겨진 두 개의 이벤트가 있었다. 하나는 앤드엔 커피챗, 두 번째는 로컬 아카데미 성수.
둘 다 너무 가고 싶었던 것들이지만, 전날 새벽까지 작업하고 아침 열시 반까지 뻗어버렸다. 사실 앤드엔 커피챗은 전날 가려고 알람도 잘 맞춰놨건만, 늦잠을 자버려서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다. 오후에 여유 없이 명상 워크숍을 진행하고 싶지 않았기에 내친 김에 로컬 아카데미도 제껴버렸다.
오전부터 집에서 내리 쉰 덕분에, 한결 여유를 갖고 명상 워크숍에 들어갔다. 한 시간 가량 일찍 가서 전과 조명과 향, 스크린 등 다른 공간 세팅도 해보고, 도쿄에서 사온 곤약젤리와 워크숍 때 쓸 엽서를 챙기며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한 명 두 명 회의실로 안내를 드렸고, 역시나 지각자는 있다. 세션을 시작하고나서 연락을 주시면 당연히 진행 중이니 답장을 못 드리는데.. 이렇게 두 세 분 정도가 늦어서 중간에 안내하고 자리에 앉고.. 흐름이 깨진 부분이 좀 아쉬웠다. 안내문자에 10분 전까지 도착해라고 써야겠다.
명상을 하고자 하는 의도를 물으면, 보통 스트레스 관리/휴식 등을 꼽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근 가까운 사람이 하늘나라로 갔는데, 원래 명상을 하곤 하지만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신청한 분이 계셨다. 눈을 감고 안내를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자꾸 마음이 쓰였다. 해드릴 수 있는 게 테이블 위에 휴지를 놓아드리는 것뿐이었다. 세션이 끝나자 그녀는 "일상생활을 하느라 감정을 가둬놨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많이 울고 싶었구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엽서쓰기와 소감 나눔까지 마치고.. 사람들을 보냈는데도 여운이 오래갔다. 어떤 이의 슬픔을 꺼내어주는 일,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진 못하더라도 그저 한 공간에 있어주는 일, 그가 마음껏 감정을 꺼내어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명상'이라는 한 단어로 담아내지 못할 무언가가 있다.
요가와 명상을 안내하는 일이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오는 사람들이 다르니 그런 게 당연하겠지만서도, 똑같은 명상법을 해도 나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시간이 항상 다르다는게 여전히 놀랍고 설레는 일이다.
스승의날 선물로 학부모님들로부터 집 모양의 수제 인센스 홀더를 받았다. 집 안에 향을 피우면 굴뚝으로 연기가 새어나오는 아름다운 공예품이다. (향 피우면 극락) 심지어 한 학생의 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물건이니 애착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집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해서 대학생 시절 기숙사, 지역학사, 쉐어하우스, 하숙집을 전전하다 지금의 집에 정착하기까지. 마포구에 집을 두면서 성수에서 요가 수업을 하고, 충남 예산에 있는 대안학교 영어 수업을 나가고, 수원에서 키즈요가 공부를 하는 나.. 한 곳에 머무를 때보다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일하고 노는 생활이 참 좋다. 쓰임이 있어 더욱 행복한 요즘. 결국 집이란 건, '내 마음이 편안한 곳'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건.. 명상 워크숍에 오신 분께서 이 집을 만든.. 아버님을 알고 계셨다... 인스타그램을 보자마자 "엇, 이 콘크리트 집 만드는 사람 우리나라에 한 명밖에 없는데!"라고 하시는 것. 정말 인생 착하게 잘 살고 볼 일이다.
글을 몇 편 더 썼다. 링크로 공유하는 첫 번째, 두 번째 글.
[첫 클라이밍 도전]
주변에 클라이밍에 재미 들린 친구를 몇몇 봤는데, 내가 해본 건 처음이었다. 팔 근력이 약한 편이라 자신이 없었는데, 원데이 수업 짧게 듣고 벽을 타는데 몰랐던 오기와 근성이 생기더라. 퀘스트를 깨는 재미, 문제를 푸는 재미가 있는 색다른 운동이다. 친구가 가고나서 혼자서 한 시간을 더 탔다.. 다음 레벨 깨겠다고... 그 와중에 처음이라 기술도 없는데 악바리로 버텼더니 집에 와서 손글씨를 쓸 수 없는 불상사가 났다. 그래도 또 가고 싶다. 그래서 클라이밍 번개 모집중-!
6/6 (목) 저녁 8시 그로어 공유오피스(성수)에서
원데이 명상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사전신청은 댓글 또는 DM으로 부탁드립니다!
* 인스타그램 @okdol_yoga
평범한 이름으로
비범한 방황을 쓰는,
단 하나뿐인 고유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written by. 옥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