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꼭 하나만 가져야 해?

N개의 별 (1)

by 옥돌

엄마한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

“직업은 꼭 하나만 가져야 하는거야?”

“아니~ 두 개를 가지면 투잡,

세 개를 가지면 쓰리잡이지.”

“그럼 다섯 개는? 아니, 열 개는?!”

“그렇게 많이는 안돼~

엄청 바빠서 다 하지도 못할 걸.”

​​


그때는 주6일제가 당연했고,

이제 막 놀토가 생긴 시점이었다.

한 직장에서 진득하게 일하다가 승진을 하고,

부장을 달고, 정년이 되면 퇴임하는 일련의 과정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었다.

불안정한 사회 속 최고의 미덕은

정년을 보장받으며 일하는 공무원이었을 터.

그럼에도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았던 아이에게

두 개, 세 개의 직업도 가질 수 있다고 말해주신

엄마한테 참 감사하다.

단 하나의 직업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알려주신 것 같아서.



유치원 생일파티 때였다.

생일인 친구들은 꼭 이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

“나는 나는 OO가 될 거야~

OOO을 하고 싶기 때문이야~”​​


7월이 되자 나도 생일 노래를 부를 차례가 왔다.

선생님께서는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꿈이 무엇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하루만에 정해오라 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 아빠한테 물었다.​​


“선생님이 뭐가 되고 싶은지 정해오래.

뭐라고 해야 돼?”

​​

아빠가 답하셨다.​

“판사가 되겠다고 해.”

​​

내가 또 물었다.​

“왜 판사가 되겠다고 해야 돼?”

​​

“억울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거든.”

​​

“억울한게 뭔데?”

​​

“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 하는 거야.”

​​

도무지 ‘억울한’의 뜻이 와닿지 않았다.

고작 여섯 살이었던 나는 꽤 고집이 있었는지

내가 잘 모르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을 무지막지하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발 오지 않길 바랐던 생일파티 날이 되었다.

생일 노래를 부르러가기 전,

선생님께서는 나를 불러 꿈을 준비해왔냐고 물으셨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묵묵부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게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

“그럼 옥돌이는, 공주가 되고 싶다고 할까?

크고 예쁜 궁전에 살고 싶다고 하는 거야.”​

썩 내키지 않았다.

세상에 공주 같은 게 어딨다고.

왜 마음대로 공주라는 꿈을 만들어내는 건가 탐탁지 않았다.

그리고서 무대에 나갈 때가 됐다.

친구들이 ‘너는 너는 뭐가 될 거야~?’ 부분을 먼저 불렀고,

절대 오지 않길 기도했던 내 차례가 왔다.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게 부끄러웠던 걸까.​

이번에도 나는 입을 꾹 닫고

선생님이 부르는 노랫말에 목소리를 숨겼다.

​​

거짓부렁이 지옥 파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