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노트북 써요?

by 서초량

“너는 노트북 뭐 써?”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다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노트북을 쓴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질문. 대학 시절을 떠올려 보면 같은 노트북을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세상에 노트북이 이렇게 많구나.’


딱 거기까지. 나는 노트북에 관심이 많지 않다. 노트북도 필요하니까 쓰고 있지, 아니었으면 거리가 먼 물건이 됐을 것이다. 나는 아날로그 인간이니까. 그래도 내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다는 이유로


“나 노트북 사려는데 어떤 거 사야 해?”

“이 노트북 사양 어때? 괜찮아?”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미안하다. 정말 모른다. 하지만 뭔가 기대하는 눈치라 몰래 열심히 검색해서 알려준다. 검색할 때마다 느끼는 건 항상 같다.


‘뭘 사든 웬만한 건 다 되는구나? 난 그냥 대충 사야겠다.’


컴퓨터 사양에 관해 공부해야 하겠다든지 그런 건설적인 다짐은 하지 않는다. 잘 된다잖아. 귀찮게 뭐 하러. 필요할 때 찾아보면 되지. 이러면 개발자로서 자격 미달인가? 하지만 정말 관심 없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무슨 노트북을 쓰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은 2016년에 만들어진 A사의 노트북을 쓰고 있다. 7년 전에 만들어진 노트북이다. 그렇다고 7년을 쓴 건 아니고 2021년에 중고로 샀다. 왜 중고냐고? 교통사고가 나서 합의금을 받았는데 그 금액으로 살 수 있는 A사 노트북은 중고뿐이었다.


‘개발자면 다 A사 노트북 쓰던데. 나도 이제 개발자가 될 거니까! 중고라도 A사면 됐지!’


단순한 생각으로 가격 맞춰 구매했다. 실제로 큰 문제없이 돌아간다. 이런 사람도 개발자 합니다. 여러분.


노트북이 아니더라도 내가 좀 대충인 사람이라. 닳고 해진 옷도 걸칠 수 있으면 그냥 입고 다닐 정도로 대충이다. 그래서 종종 가족들이 ‘아이고!’ 하며 뒷목을 잡는다. 정작 본인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불편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대처하기는 싫다고 할까? 뭐든 도저히 못 쓸 때까지 버티곤 한다.


나의 ‘대충 버티기’ 기질은 노트북에서도 빛을 발한다. 지금 노트북 이전에는 2015년에 산 S사 노트북을 썼다. 당시의 나는 디자인학과 학생이었는데 ‘디자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전자제품 매장 직원이 돌변했다. ‘좋은 거 쓰셔야 한다’며 강매하다시피 안겨준 새하얀 노트북. 가격이 만만치 않게 비싸서 우리 집 사정에 무리한 지출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15인치라 크고 무거워서 나는 강제 백팩 행이었다. 작고 예쁜 가방은 꿈도 꿀 수 없었지.


비싼 만큼 좋은 노트북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동아리 선배가 말하길


“이 사양을 그 가격에 샀다고? 호구 잡혔네.”


하하. 망연자실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사 버렸고. 이 비싼 노트북을 최대한 오래오래 써서 본전을 찾을 수밖에. 뭔 일 나든 그냥 쓰면 되겠지?


그리고 이 노트북을 수리 한 번 맡기지 않고 6년 동안 썼다. 보통 노트북 오래 쓰면 3, 4년 쓴다는데 6년을 쓴 것이다. 그 노트북으로 디자인 작업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코딩도 했다. 비록 떨어뜨려서 상판이 깨지고 화면이 가끔 하얗게 변해버렸지만. 깨진 조각을 모아 박스 테이프로 붙이고 하얀 화면은 원래대로 돌아오길 기도하면서 썼다. 이 정도면 본전 뽑고도 남았지. 자랑거리는 아닌데 뿌듯하다.


네? 그래서 노트북 뭐 써야 하냐고요? 보셨다시피 저는 뭐든 씁니다. 웬만한 노트북은 제가 하고 싶은 거 잘 되더라고요. 저한테 물어보셔도 도움받기 어려우세요. 열심히 검색은 해 드릴 텐데... 예산에 맞고 원하시는 거 사셔도 될 것 같네요. 이상 초보 개발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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