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는 N사 인턴 붙었대요.”
대학 동기 H가 마찬가지로 대학 동기인 C의 소식을 전했다. ‘네카라쿠배당토’의 ‘네’를 맡고 있는 N사. 신입 초봉이 6천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대형 기업 인턴이라니.
“와, 대단하다. 잘됐네. 채용형 인턴?”
“아마 그렇겠죠? 전환율이 낮다고 해도 인턴이 어디야.”
H가 부러운 듯 말했다. H는 졸업 후 아직 취업 준비 중이었다. 그러니 C가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H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우리 동기들 취업 잘하네요. N사도 가고.”
“그러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삶이지.”
담담하게 말했지만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래, 그건 그들의 삶일 뿐이고 내게는 나의 삶이 있는 거지. 그렇게 스멀스멀 일어나는 부러움과 질투를 다독였다.
“나는 지금도 좋아. 대기업에 가서 돈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보여줘야 하잖아. 그냥 지금처럼 돈 벌고 내가 번 돈으로 하고 싶은 거 하고,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이런 것도 좋아.”
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지금도 좋지만. 그건 맞지만. 그래도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아주 많이. 그래서 당장 내년 연봉 5천을 받겠다는 무리한 목표까지 세웠으면서.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적었다.
H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속이 복잡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발자는 저런 모습이겠지? 유명 IT 기업에 가서 돈도 많이 버는 사람.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데.’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한 건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과탑으로 졸업했지만 대기업에는 가지 못한 나. 그렇다고 연봉도 높지 않다. 이런 내가 ‘개발자’에 가까워지려면 돈이라도 많이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도 명색이 개발자인데.
‘모두가 대기업도 다니고 돈도 많이 받을 수는 없어.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환상 속의 개발자라는 모습은 되고 싶어. 남들 앞에서 그렇게 보이고 싶어.’
‘그럼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 가면 되잖아. 왜 노력하지도 않고 신세 한탄만 하는 거야?’
내 안의 다른 내가 소리친다.
‘하기 싫어. 코딩 테스트 공부하는 것도 싫고, 시험 치는 것도 싫어! 대기업 간 애들 부럽긴 해. 그렇다고 대기업에 도전할 만큼 개발을 좋아하진 않아. 나는 코딩 테스트가 너무 싫다고!’
‘그럼 바라지 말아야지. 노력도 안 하면서 얻기만 하고 싶은 거야?’
하, 끊임없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 나도 멋진 개발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대기업 채용 과정을 준비하긴 싫어. 그럼 부러워하지를 말든가. 하지만 나도...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 기업, 높은 연봉. 내가 생각하는 ‘멋진 개발자’의 조건. 숨이 막힌다. 한때는 경력과 실력을 쌓아서 더 큰 기업에 가겠다고 결심했었다. 앞서간 동기들을 보며 나도 하루빨리 따라잡고 싶다고.
‘얼른 따라잡아야 하는데. 나는 이미 뒤처졌는데.’
하지만 이젠 지쳐 버렸어. 열심히 하려고 할수록 부족하고 모자란 내가 보여. 그런 나를 마주할 때마다 속이 상해. 이겨내야 하는데 나는 자꾸만 도망치고 싶어.
이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 개발자는 나의 길이 맞을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스스로가 초라할 때 나는 도망치는 방법밖에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개발이 아닌 딴짓으로 시선을 돌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