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지. 어깨와 목과 허리도 안녕하신지. 오래 개발하려면 건강해야 해요. 알고 있겠지만. 개발하다 보면 잊어버리잖아요. 빨려 들어갈 듯 모니터를 바라보게 되는 거 다 알아요. 오죽하면 개발 고수 알아보는 법이 거북목 확인이겠어. 스트레칭 한 번 해요. 기지개도 켜고. 눈도 깜빡여요. 먼 산도 좀 바라보고.
대학 동기가 그러더군요. 코드는 그 사람의 숨결이라고. 오늘은 얼마나 많은 숨결을 불어넣었나요. 신이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을 만들 듯 우리도 고철 덩어리였을지 모를 기계에 숨결을 불어넣죠. 그리고 그것들이 만든 세상을 봐요. 아름답지 않나요?
알아요. 당신이 실제로 하고 있을 행위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개발자잖아요. 조금은 자부심을 가져보자고요. 우리의 일에. 당신이 오늘도 눈과 손목과 허리를 희생하며 적어 내린 코드에. 뭐라고요? 코드가 쓰레기라고요? 잠시만요. 내뱉은 숨결은 고칠 수 없지만 코드는 고칠 수 있다고요. 다행이죠?
혹시 옆에 뛰어난 개발자가 있나요? 경력이 당신보다 많다면 비교하는 건 그만둬요. 경력을 인정해야죠. 경력이 당신과 비슷한가요? 혹은 당신보다 후배인가요? 그런데도 당신보다 훨씬 뛰어난가요? 저런... 그런데 말이죠. 저도 개발자예요. 당신보다 더 나을 것이 없는 저도 개발한다고요. 이러면 위로가 될까요?
그런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글을 썼어요. 지금껏 개발에 관심 가져본 적도 없고, 평생을 아날로그 인간으로 살아온 나도 개발을 한다고. 새로운 일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힘든 일에 부딪혀 투정도 부리고, 딴짓도 하면서 그렇게 개발자로 살고 있다고. 대단한 개발자는 아니지만 당신 가까이에 당신과 같은 개발자가 있다고 전하고 싶었어요. 닿았을까요.
당신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나요. 코드는 숨결이라고 했죠.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한숨을 내쉬었나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나요. 그렇게 노력하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자책하진 않았나요. 왜 나는 이것밖에 못 할까. 스스로를 채찍질하진 않았나요.
그러지 말아요. 처음 코드를 쓰던 날을 기억하나요? ‘Hello, World!’를 출력했겠죠. 세상에 안녕을 말하던 그날. 많아 봐야 다섯 줄이 안 되는 코드를 쓰면서 무엇을 느꼈나요? 신기했잖아요. 즐거웠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천 줄, 만 줄이 넘는 코드를 쓰고 있잖아요. 그날에 비하면 우리는 충분히 많은 길을 걸어왔어요. 잠시 뒤돌아봐요. 본인이 흘린 한숨과 눈물이 은하수를 이루고 있을 테니. 노력의 산물은 빛이 나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그 반짝임에 기대어 앞으로 나아가면 돼요. 막상 개발자가 되어 실무에 뛰어드니 아주 당황스러울 거예요. 겁도 나고. 저도 겁이 나요. 무서워요. 그래도 있잖아요. 저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요. 순진한 소리 한다고 해도요. 정말이에요.
사람에 부딪히는 날도 있겠죠. 회사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커리어가 걱정될 수도 있을 거예요. 저는 초보 개발자라 답을 줄 순 없어요. 저라면 필요에 따라 목표를 수정해 가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예요. 저는 그렇다고요.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당신도 개발하기 싫은 날이 오겠죠. 그럴 때는 딴짓도 해 가면서 당신만의 답을 찾으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딴짓 장인이라 권해줄 게 딴짓밖에 없네요.
그래도 억지로는 하지 말아요. 너무 힘들고 괴로워지면 그만둬도 괜찮아요. 포기하는 것도 용기니까. 우리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책상 앞에 앉아 코드를 들여다봐요. 그런데 괴로움을 참으면서까지 하기엔 삶이 너무 아까워요. 세상엔 해볼 수 있는 것이 잔뜩 있으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속 편한 소리 했다면 미안해요. 그래도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개발이 아니더라도요.
고마워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어줘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에 공감했다면 당신은 분명 개발을 사랑하는 사람이겠죠.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부디 자신감을 가지고 개발자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요. 당신의 곁에 제가 있어요. 이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잘 가요. 한 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서는 거 잊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