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

by 서초량

DIY, Do It Yourself. 나는 DIY를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들었다. 담임선생님이 칠판에 크게 DIY를 쓰시고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반 아이 중 누군가 “드라이(Dry) 아이스(Ice) 요(Yo)!”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 Do It Yourself라는 뜻이라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뜻이라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걸 DIY라고 부르는구나. 나는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지 좋아했다. 십자수, 뜨개질, 바느질. 정말 뭐든지 좋아했다. 부모님은 안 그래도 나쁜 눈이 더 나빠진다며 걱정하셨지만. 한 땀 한 땀이 만들어 낸 결과물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운동 신경이 없었던 내게 앉아서 손만 놀리면 된다는 점도 마음에 쏙 들었다.


어쩌다 개발자가 되었다고는 말하지만 이건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DIY 키트를 사달라고 조르던 어린아이가 자라서 무엇을 할지. 손을 꼼지락거리며 무언가 만드는 일을 할 것은 뻔하지 않은가. 그 도구가 키보드로 바뀌었을 뿐.


개발과 DIY는 닮은 부분이 많다. 둘 다 오래 하면 몸뚱이 어딘가가 뻐근해진다. 게다가 매우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이다. 먼저 개발 이야기를 해볼까.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코딩 장면은 멋있다. 빠른 타자 속도, 여러 대의 모니터, 색색 현란한 코드. 그리고 엔터를 치면 순식간에 펼쳐진 멋진 결과!


현실은 몇 시간이고 앉아서 수학 문제 푸는 기분으로 코드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에러 나면 구글에 검색하는 게 일이다. 그렇게 오래 앉아 타자를 치면 당연히 손목이 아프다. 대학생 때 프로젝트 때문에 하루에 12시간씩 코딩을 한 적 있다. 그랬더니 움직일 때마다 손목이 시려서 혼났다.

DIY는 어떤가. 그야말로 반복 작업의 진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티끌 모아 태산’이 잘 어울리는 작업. 바느질, 뜨개질, 우드 카빙, 십자수 심지어 컬러링북도.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은 지루하리만큼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고통을 참고서 한 땀 한 땀. 마침내 완성했을 때 뿌듯함이란! 사실 어디 내다 팔 수 있는 정도도 아니고, 내 손으로 만들어서 약간 허술한 부분도 있다. 그래도 완성작에 들어간 내 노력을 생각하면 그런 사소한 문제는 넘어갈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만들었으니까!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DIY 키트를 구매하는 것이겠지. 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 때문에.

개발도 마찬가지다. 길고 지루하고, 신체를 혹사하는 작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바로 완성 후의 뿌듯함 때문이다. 내가 맨날 내 전공 싫다. 코딩하기 싫다. 하면서도 틈만 나면 뭔가 개발해 볼까 생각하는 이유다.


내가 만든 것은 언제나 특별하다. 남들 앞에 내놓으면서 ‘별것도 아닌걸. 허술하기만 하고 별로야.’라고 솔직하지 못한 말을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엄청,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역시 나 자신! 멋있다!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할 것이다. 개발이라는 고되고도 보람찬 작업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던 어린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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