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의 대화는 2022년 초반에 나눴던 대화다. 개발자가 한창 유행하던 때.
짧지만 개발자로 살면서 궁금한 점이 두 가지 있다. 여기서는 첫 번째 의문만 풀어놓을까 한다.
‘사람들은 왜 개발자가 되려고 할까?’
지하철을 탈 때마다 보이는 코딩 교육 광고, 개발자 부트캠프. 수요가 있고 돈이 되니까 수업도 하는 거겠지. 그런데 사람들은 왜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 걸까?
“일단 개발만 할 줄 알면 어디든 취직한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동생이 한 말이다. 친구가 개발자인데 요즘 개발만 하면 취직은 쉽다고 했다며. 본인도 개발을 공부할까 고민이 된다고. 개발은 어떻게 공부하는 거냐고 물어왔다.
“나는 그냥 대학 가서 배운 거라 잘 모르겠는데.”
쫓기듯 공부하고 떠밀리듯 개발자가 된 나라서, 비전공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줄 수 없었다. 그러게. 비전공자면 어떻게 개발자 되지?
“요즘에 부트캠프 많던데 그런 거 들으면 되지 않을까?”
출퇴근길에 본 광고를 떠올리며 말했다.
“알아봤지. 근데 너무 비싸더라. 백만 원도 넘던데.”
음, 독학으로 개발자 취직 가능한가. 그것보다 왜 되려는 거야? 아무리 취직이 쉽다 하지만 일은 쉽지 않은데.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시작도 안 했는데 초 친다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았다. 학원이나 강의 같은 것도 알아보라고 하고 그 주제를 끝내버렸다.
‘취직이 쉽다.’ 그만큼 취직이 힘든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지. 생각해 보면 나는 거의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했다. 비록 대기업은 아닐지라도 개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았다. 그렇구나. 취직이 힘드니까 그래서 개발을 배워서 개발자로 취직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개발자에 열광하는 이유가 더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그쯤인 것 같다. 코딩 교육 광고를 더 유심히 보게 된 건. 인스타그램에 뜨는 광고를 다 클릭해 사이트를 둘러보게 된 건.
‘6개월 공부하고 N사 개발자로 합격’
와, 대단하네. 공부 진짜 열심히 했겠다. N사면 연봉도 많이 받겠네. 6개월 공부하고 유명 IT 기업에 합격한 사례가 첫 페이지부터 나왔다. 고연봉으로 유명한 기업들.
‘이렇게 광고하면 믿고 싶잖아.’
‘6개월’ 대체 6개월이 뭐 길래. 마법의 단어라도 되는 것 마냥. 우리 수업 들으면 당신도 할 수 있다! 대기업 고연봉 개발자!
사람들이 개발자에 열광하는 이유가 짧은 기간 준비하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그 이유 때문에 개발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다시 생각해 봐. 세상에 직업은 많아. 꼭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할 일이 있을 거야. 제발.’
이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이 개발자를 어떻게 광고하는지. 짧은 준비 기간, 높은 연봉, 자유로운 업무 환경과 분위기. 게다가 컴퓨터를 다룬다는 어딘가 전문적인 면모.
그리고 현재. 2023년 말. 신입 개발자 채용 시장이 얼어붙었다. 개발자로 취직하려고 준비된 사람은 잔뜩 있는데 신입 개발자를 뽑지 않는다고 한다.
개발자를 준비했지만 막상 취직이 되지 않아 걱정인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 내가 경력 있는 시니어 개발자도 아니고, 사회학자는 더더욱 아니어서 이 현상에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없다. 나 자신조차도 개발자로 계속 살 수 있을지 의문이고. 다만 확신하는 건 이런 때일수록 '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왜 개발자로 일하고 싶은지. 하루 8시간, 주 5일 개발해도 괜찮은 이유가 나에게 있는지.
나의 경우에는.
더 알고 싶다. 언젠가 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날까지.
그러니 아직은 개발자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