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
나는 중국어를 못 한다. 아예 모르는 건 아니고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중국어를 들어서 단편적인 단어, 표현을 기억하는 정도다. 그래서 가게에 들어가면 내가 대만 사람인 줄 알고 다다다 중국어를 뱉어내는 사람들에게 교양있게 “워쓰한궈런(저는 한국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데 그럼 그 사람들이 더 좋아하면서 중국어 폭탄을 쏟아낸다. 중국어를 잘하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지 워더쇼지(내 휴대폰)가 갤럭시다. 나는 한국 제품을 많이 안다..라고 휴대폰을 보여주거나, 자기 부인과 딸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들을 털어놓곤 한다. (당연히 내가 알아듣는 말은 10%도 되지 않는다.)
혹은 "워부훼이슈오쫑원(저는 중국어를 못 합니다)"라고 말하면, 당연히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조또마떼구다사이(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며 일본어의 향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 나라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백화점도 일본 백화점이 많이 들어와 있고, 일본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이러나 저러나 언어를 하지 못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만났던 유학생 제자들이 떠오른다. 그들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한국어를 가르칠 때의 일이다. 초급 문법 항목으로 “-지만”이 있는데, 교재마다 이런 예문이 많이 나온다.
한국어는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이 예문을 들으면 학생들이 깔깔깔 웃으며 평생 그런 말은 안 쓸 거 같다고.. 그렇지만 썩은 표정으로 예문을 따라 읽는다. 그렇다. "한국어는 쉽고 재미있어요"나 "한국어는 어렵고 재미없어요"가 맞지 어려운데 뭔 재미가 있겠는가? 실용적인 예문을 만들자면 차라리 “남편은 착하지만 말을 안 들어요”가 적합하다.
그렇지만 한국어가 어렵지만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숙명같은 일이다. 재미있는 활동을 만들어 연습을 용이하게 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이를 사회에 나가 사용해 보는 것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그러다보면 가끔 학생들도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외우고 있는 중국어 문장들이 있다. "워찌아리오쓰거런(내 가족은 4명이에요.) 빠바, 마마, 디디, 허 워(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저)." 혹은 "니망마?(너 바쁘니?)" "워뿌망(나 안 바빠)" "니취날(너 어디 가니?) "워취도슈관(도서관에 가)" 내 중국인 지인들은 이 중에서 "워찌아리오쓰거런~~"을 시작하면 웃음을 터뜨린다. 평생 가족이 몇 명인지 설명할 일이 얼마나 있겠냐고.. 하지만 나도 안다. 이 문장은 가족 구성원들의 이름, 그리고 사람을 세는 수사를 설명하기 위해 고심끝에 설정된 문장일 것이다.
이 나라에서도 나는 한국어를 가르칠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과는 매우 다른 전공으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한국어는 어렵지만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고 나니 조금은) 재미있어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