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글로벌 청년 평화 포럼 후기 - 홍현아
첫째 날 여수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온 일행들과 합류했다. 점심식사 후, 여·순 사건 필드워크가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전까지 여·순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필드워크를 진행하면서 옳은 선택을 했던 이들이 폭도로 몰리고, 무고한 민간인들이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죽어야 했다는 것에 통탄스러웠다.
여순사건의 희생자들의 묘를 가는 길, 좁은 일차선 터널을 지나갔다. 해설해 주시는 분의 말에 따르면, 이 동굴은 여순사건 당시 지목되어 처형이 확정된 사람들이 차를 타고 지나간 길이었다. 그 작은 터널은 정말 좁았다. 버스의 창문을 열어 팔을 뻗으면, 터널 벽에 닿을 것 같았다. 정리된 터널이 아닌, 돌로 울퉁불퉁한 터널을 버스를 타며 지나갔다. 터널의 끝에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터널을 통과하고 빛이 쏟아져 나오는 순간, 파란 바다가 보이며 맑은 하늘이 보였다. ‘희생자분들이 보셨던 바다와 하늘도 이런 모습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파란 바다가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분들의 묘 역시 파란 바다를 마주 보고 있었다. 묘 앞에서 선생님의 어이없는 현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국가는 여전히 사과를 하지 않는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화가 났다... 아직 희생자분들이 바라보고 계시는 바다는 여전히 서글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사를 그동안 몰랐던 것이 창피했다. 나는 몰랐던 것이 창피했지만 국가는 어쩌면 창피해 모르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녁에는 자넷잡슨 활동가 분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분이 해주시는 이야기를 통해 내가 얼마나 평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평화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심이 계속 존재해 왔다. ‘지금 이 사회에서 사람이, 기업이 돈이 되지 않는 길에 움직일까?’ 자넷잡슨 활동가 분의 말을 들으며 거대한 평화를 찾는 것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나의 위치에서 오늘의 평화를 지켜가고 내일의 평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자 이 포럼에 참여하는 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날,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 후 단체 소개와 피스게임이 진행되었다. 13살 때 참여했던 캠프에서도 느낀 거지만, 진짜 아이스브레이킹 너무 잘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분들과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단체에 대한 소개를 받으며 내가 알지 못하는 단체가 정말 많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방법도 다양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오후에는 계속 피스게임이 진행되었다. 사실 국제학과지만 휴학을 오래 했던 터라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도 없었고, 복잡한 이야기로 ‘숨 쉬는 목석으로 앉아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대부분의 이야기는 사전에 나누어주신 페이퍼 안에서 진행되었다. 덕분에 목석으로 앉아있지는 않았다. 이번 게임을 통해 평화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든 나라로부터 동의를 얻기 위해 각 나라는 자신들의 조항을 만들 때,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들을 포함한다. 이로 인해 평화를 위해 행동되어야 할 부분들이 함께 모호해지면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들이 제동이 걸리고 만다. 우리들의 게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평화’라는 공통된 주제가 아닌 ‘이익’과 연관되는 주제였다면 우리의 게임은 성공적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 게임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날, 순천만습지를 둘러보면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 헤어질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름다운 경치였지만 다 담기에는 아쉬움으로 머리가 너무 가득 차 있었다. 다음번에 같은 행사가 또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외국분들과 자유롭게 얘기해보고 싶다. 함께 해준 친구들과 노력해 준 어린이어깨동무 활동가분들,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