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가 무색한 이곳

계동 배렴가옥, 아담한 한옥에서

by 무위

안도 밖도 훤히 다 보이는

이런 솔직한 집이 있을까.


무수한 문이 달려있지만

밖과의 차단이 아닌

밖과의 연결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벽과 문과 마루와

마당과 자갈밭과

하늘과 바람과

새소리의 경계가 무색한 여기.


단 하나의 문과 하나의 창문만을

무수히 열고 닫으며 살아온 우리에게

문인지 창인지 알 수도 없는

모든 것의 열림은


사각 너머 그림이 되고

미지의 공간이 되고

낭만이 되고

로망이 된다.


엉덩이는 시원한 마룻바닥에

다리는 마루를 넘어 디딤돌에

시선은 건너편 방을 지나

귀는 뒷집일까, 옆집일까

흘러오는 피아노 소리에

몸은 초여름 바람에 적셔진다.


그렇게

경계를 만들고 속박을 하고

가둬두고 차단하고

선을 긋던 지친 모습을


안도 밖도 그저

즐기는 곳이라고 말하는

여기에서

자유를 얻는다.


어느샌가 사각 콘크리트에 갇혀

날이 선 정신이 가득한 우리에게

사실 삶이란 이런 것이라고.


경계는 아늑함이요

문은 열림을 위함이요

드나드는 바람결은 당연한 것이라고.


계동 배렴가옥

계동 배렴가옥은 서울의 공공한옥이자 역사가옥, 등록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된 가옥입니다. 1930~4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튼 'ㅁ'자 형태의 도시형 한옥입니다. 배렴가옥을 거쳐 간 대표적인 인물로는 수묵화가 제당 배렴 선생, 민속학자 석남 송석하 선생님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 배렴가옥은 공공한옥으로 대중들에게 무료로 열려있으며, 다양한 문화, 예술, 소통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2025년 5월, 초여름에 한옥에서 짧은 글쓰기 모임이 있어 참여하게 되었다. 늘 작은 방 컴퓨터에서 글을 쓰곤 했는데 한옥이라는 공간에서 쓴다는 것은 또 어떨까.. 싶은 궁금증에서였다. 더욱이 작은 노트와 연필을 나눠주며 글 쓰는 시간을 갖는데 '쓴다'라는 그 행위가 얼마나 어색하던지. 자판을 두드르지 못하니 처음에는 답답했다 어느샌가 끄적거림을 즐기고 있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초여름 밤에, 기분 좋은 바람과 탁 트인 공간에서의 시간은 실로 여름밤의 낭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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