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캠페인 카피’가 아니라 행동으로 만드는 법
내가 열광하는 브랜드 중 하나는 프라다다. 나는 프라다 제품과 미우치아 프라다의 오랜 팬이다. 프라다를 좋아하는 건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다. 프라다는 늘 한 박자 다르게 말하고, 그 다름을 끝까지 밀고 가는 브랜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제품을 산다기보다, 그 브랜드가 밀어붙이는 관점과 태도를 함께 사게 된다.
나는 프라다 리나일론 시리즈에도 오래 열광해왔다. 어제도 결국 참지 못하고 26SS 봄버를 샀다. 리버서블로 입을 수 있는 그 봄버는 한쪽은 블랙, 다른 한쪽은 옐로우 기가 도는 네이비라서 ‘새로움’이 생긴다. 동시에 묘한 안심도 따라온다. 내가 산 물건이 최소한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말 도움이 되느냐” 이전에, 프라다가 ‘책임’을 얼마나 능숙하게 느낌과 의미로 설계해왔는가다. 럭셔리에서 책임 커뮤니케이션은 늘 딜레마다. 너무 착하면 럭셔리를 잃고, 너무 럭셔리하면 책임이 공허해진다. 리나일론은 이 줄타기를 꽤 고급스럽게 해결한다.
2024 리나일론 캠페인의 첫 문장은 선언이다. “Responsibility is action.”(책임은 행동이다) 이 문장이 영리한 이유는, 책임을 ‘가치’로만 두지 않고 검증 가능한 영역(행동)으로 끌고 내려오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책임을 말할 때 흔히 하는 실수는, “우리는 선하다”로 끝나는 것이다. 프라다는 출발점에서 “행동으로 증명하겠다”를 걸어버린다.
그리고 곧바로 행동의 내용을 붙인다. Re‑Nylon은 2019년 시작된 컬렉션이고, 프라다는 이제 프라다의 버진 나일론 생산을 재생 나일론으로 전환했다고 말한다. 책임이 ‘캠페인’이 아니라 ‘기본값’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리나일론에서 파트너십은 명확히 분업되어 있다.
첫째, SEA BEYOND(UNESCO IOC와의 교육 프로그램)를 통해 책임을 브랜드의 사적 주장으로 두지 않는다. 2023년 7월부터 리나일론 수익의 1%가 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명시한다. “책임”이 제품 구매 이후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장치다.
둘째, National Geographic Creative Works와의 협업은 ‘설득의 포맷’을 맡긴다. 프라다는 이 협업을 단발이 아니라 “ongoing storytelling and media collaboration”로 규정하고, 2019년 시리즈가 ‘how(어떻게 만들었나)’를 설명했다면, 이번 설치는 ‘why(왜 중요한가)’로 이동한다고 말한다. 책임 커뮤니케이션의 설득력은 결국 “왜”를 오래 말할 수 있는지에서 갈린다.
프라다는 전통적인 패션 캠페인의 문법(셀럽, 비주얼, 사진가)을 포기하지 않는다. 2024 캠페인에는 배우이자 활동가인 Emma Watson, Benedict Cumberbatch를 세우고, Willy Vanderperre가 촬영했다고 밝힌다. 럭셔리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의 힘’을 그대로 쓰겠다는 선택이다.
대신 그 다음 장면에서 포맷을 바꾼다. National Geographic과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에피소드들은 인도-태평양(산호초), 북극(해수 온난화), 지중해(침입종)처럼 장소와 이슈가 분명한 서사로 책임을 다룬다. “환경”을 추상이 아니라 구체의 세계로 끌어내리는 방식이다.
리나일론은은 구매를 기여로 연결한다(1%가 SEA BEYOND로).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메시지를 이렇게 닫는다.
“To protect our ocean, we need to understand it – learn, think, act.”
이 문장은 소비자를 ‘응원단’이 아니라 학습하는 공동체로 상정한다. 책임을 감정(선함)으로만 소비시키지 않고 이해(리터러시)로 끌고 가는 방식이다. 럭셔리가 ‘정체성의 소비’라면, 프라다는 정체성을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는 이해하고 행동하는 사람” 쪽으로 이동시킨다.
그래서 팬은 리버서블 봄버를 입으며 ‘새로운 색’을 즐기는 동시에, ‘내가 무엇을 지지하는지’까지 함께 입게 된다. 책임이 제품 밖에서만 존재하지 않고, 제품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