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과 쓰레기 냄새 말고, 맛난 커피에 집중하기
아무 생각 없이 다닐 땐 몰랐는데, 다카가 세계에서 살기 힘든 도시 2위라는 결과를 알고 나니 열악하다는 게 더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다카에서 길을 다니면서 쓰레기 없는 곳, 도로가 망가지지 않고 잘 정비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언제나 교통 체증은 두 팔 벌려 날 환영한다.
7년 전 봉사단원으로 살면서 방글라데시에 첫 정이 들었고, 콩깍지가 씌었기에 난 방글라데시가 참 좋다고 했지만, 그리고 또 좋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 쉽지 않은 곳이다.
(근데 왜 제목이 황금빛 방글라데시냐고 물으신다면? 음, 그건 앞으로 천천히 더 답해가는 걸로.)
아직 우기철인데, 최근 며칠 동안은 비가 안 왔다. 한국 살 때는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기 오니까 비가 참 좋다. 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비가 안 오니 기온은 계속 높고, 난 또 왜 이리 체력이 달리는지. 무리하게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늘 아침에는 벵골어학원에서 너무 피곤해서, 쉬는 시간에 빈 강의실에서 의자 두 개를 붙이고 잠시 몸을 뉘었다.
매일 학원 수업을 마친 후 사무실에 들어가 일을 하는데, 오늘은 이대로 들어가서는 피곤해서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아 가는 길에 카페에 들렀다. 방글라데시에서 커피가 제일 맛있는 이곳. 잠시 메뉴를 고민하다 주문을 했다. "바닐라 프레도 아주 달게 부탁합니다." 프레도는 얼음을 따로 넣지 않고, 커피를 처음부터 얼음과 함께 갈아 준다.
잠시 후 음료를 받았다. "한 번 드셔 보시고 덜 달다 싶으면 더 달게 해드릴게요." 친절한 바리스타 청년의 말. 한 입 쭈욱 빨아 맛을 보는데, 정말 딱 좋다. 한국에서 바닐라라테로 유명한 모 체인 것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맛있다. 인사를 하고 커피를 쭉쭉 흡입하며 걸었다. 방글라데시에서 테이크아웃은 처음 해본다. 길을 걸으며 커피를 마시기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서.
강렬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을 만큼 달콤하고 시원한 커피에 기분이 확- 좋아진다. 커피 한 모금에 피로도가 95%에서 15%로 뚝 떨어진 느낌. 달달한 커피를 들고 릭샤를 타러 길을 걸어간다. 거리의 쓰레기들과 가끔 코를 쏘는 악취는 여전하다. 하지만 난 달달한 커피에 집중하고 기분 좋기로 한다.
커피를 들고 걷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좋은 곳에 살아도, 좋은 것들에 초점을 맞춰 기뻐하며 살지 않는다면 환경이 무슨 소용일까? 뉴욕에 살든, 산 좋고 물 좋은 시골에 살든 좋은 것들을 바라보고 만족하지 않는다면. 다카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힘들지도. (이렇게 도인이 되어가는 건가. ㅋㅋ)
어디서든 정 붙이고 살려면 나의 삶에 있는 좋은 것들에 만족하며 살아야지. 아무리 힘든 환경에 있더라도 내가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힘을 얻고,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내는 것.
물론 다카는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기 참 힘든 곳이다.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힘들고, 여가 시간을 즐겁게 보낼 문화 시설이 거의 전무하기에. 이곳과 비교하면 한국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성을 채울 문화 시설이 다양하고, 맛있고 저렴한 식당도 많다.
가끔 길을 걷다가 내가 서울의 조용하고 깨끗한 거리를 걷는 걸 상상하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다카에서 살다 한국에 가면 첫 몇 달 간은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그게 또 오래가지는 않더라.
돌아가면 이번에는, 지금의 마음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맛있는 커피에 집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