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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지원 May 05. 2023

이준석을 거부하는 미래, 새로운 국민의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주제로 한 하헌기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의 글을 읽고 얼룩소에 가입했다. 그의 글은 매우 타당했고, 국민의힘 소속의 동년배 청년정치 지망생으로서 공감가는 지점이 많았다. 마침 이번 주까지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면 상금을 주는 챌린지가 진행 중이라 해서, 나도 생각을 정리해볼 겸 참가해보려 한다.


나는 이번 전당대회에 청년최고위원 후보로서 출마했고, 장렬하게 낙선했다. 이후 김기현 캠프 조직본부의 실무자로 일하면서 전당대회를 후보자로서, 또 스탭으로서 경험하며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것 같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청년최고위원 후보들과 함께. 뉴스원

하헌기 씨가 지적한 것처럼, 천아용인의 메시지는 지난 전당대회의 이준석 후보보다 무뎠고 정치적으로 매력적이지 못했다. 기승전 윤핵관 타도였다. 개혁을 주장했으나, 본인들이 개혁적이라는 것 또한 말 그대로 ’주장‘, 즉 ’컨셉‘이었을 뿐 내실있는 콘텐츠로 충분히 입증해내지 못했다.


윤핵관은 낡았다고 깎아내리고 자신은 새로운 것을 하겠다고 동네방네 외쳐대기만 하면, 자신은 자동적으로 뭔가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인가? 그저 새롭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우리 당원들이 당신을 신뢰해야하나? 아니. 오히려 새로운 사람이라면, 더 높은 허들이 적용된다.


시간의 테스트를 통해 당에 대한 헌신을 증명하지 않았다면, 당신의 말을 신뢰할만한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수는 팩트체크, 사실관계 확인, 이런 거 좋아한다. (대통령께서는 이걸 평생 직종으로 해오신 분이라 너무 빠른 시간 내에 이런 판단을 끝내고 고소, 고발, 압수수색 이렇게 가서 일반인에겐 다소 극단적이다라고 느껴지는 것 같지만.)


과연 천아용인은 객관적으로 윤핵관만큼 윤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정무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가? 그들만큼의 조직력을 확보하고 있는가? 아직 조직력이 부족하다면, 짧은 시간일지언정 그들보다 더 압축적으로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구성원들과의 신뢰를 쌓았는가? 당원들이 천아용인을 보고 내린 답은 모두 아니다였다. 콘텐츠도, 조직에 대한 헌신도 없었다.


앞으로도 그들에겐 국민의힘에서의 미래가 그다지 가능해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기인 후보를 제외한 이준석, 천하람, 김용태, 허은아는 당의 주류라는 윤핵관보다 오히려 훨씬 더 언론노출이 잦았다. 그러나 그들은 여태까지 당원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혀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참칭 패널’이라고 평가절하 당하기 일쑤이지만, 어찌됐든 정당인으로서 매스컴에서 자신의 정견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많았다는 점은 엄연한 권력이며 어떤 면에선 주류보다 더 강자였다고도 할 수 있다. 각종 시사프로그램과 라디오채널에(주로 진보진영)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보수패널로 출연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런데 그렇게 허구헌 날 출연해왔으면서 이제서야 정책 얘기를 하겠다며 ‘팀블로그’를 차리겠다고? 지금까지는 뭐하다가?


기업에서도 인턴쉽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지 못하면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않는다. 천아용인(정확히 말하자면 천아용)은 지난 몇년간 국민의힘이라는 거대정당의 이름을 달고 동네방네 출연하며 혜택을 누렸다. 이준석의 경우엔 하버드, 박근혜 픽이었다는 점을 참작하여 당은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남들은 한 번 받기도 힘든 공천을 그에게 3번 씩이나 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정치적 실적을 냉정하게 평가할 때다. 이준석은 국민의힘 꽃가마를 탄 그 10년동안 단 한번도 당선되지 못했으며, 자꾸 대선과 지선이 모두 자신 덕분에 이룬 승리라며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 모를 억지를 부렸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선거컨설턴트로서도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정확한 희망사항들(천하람 무조건 2위로 결선간다)을 밴드웨건 효과만을 노리고 마치 확실한 근거가 있는 양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당에 남긴 레거시(legacy)는 과연 무엇인가? 비아냥과 조롱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천아용인을 지지한 15%를 제외한 85% 당원들의 생각인 듯 하다.


이만하면 당에서 기회 많이 줬다. 영화 <친구>의 대사를 빌리자면, 고마 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별로였다면 다른 청년 지원자들에게도 기회를 줄 때가 아닌가한다.


국민의힘 청년들이 모두 이준석계, 개혁보수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국민의힘 청년 중 정작 다수도 아닌데, 그들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지금까지 과대대표되었을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또 반대로, 당에 반이준석계 청년이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당에 오랫동안 곳곳에서 활동해온 보수청년당원들은 찾아보면 많다. 김종인/이준석 대표 체제 하에서 청년임에도 그들(“개혁보수”)의 입맛에 맞지 않는 다는 이유로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 그렇지.


지난 2020년 총선 전 자유한국당이 새로운보수당 등과 통합해 미래통합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에서 활동이 없었던 누군지 모를 청년들이 갑자기 ‘보수청년단체, 군소정당 대표’라며 통합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있었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유명해진 조성은 씨, 천하람, 김재섭 씨가 그들이었다.


미래통합당이 알다시피 참패하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자, 이들이 돌연 당의 청년을 대표하는 주축 세력이 되었다. 이는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들 “청년 개혁보수세력”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사실은 그들이 국민의힘 당원들을 대표할만한 어떠한 정치적인 위치에 있지 않았음을, 쉽게 말하면 거품이었음을 당원 100%의 선거에서 적나라하게 확인당했다.


새로운 국민의힘. 이제는 총선을 위해선 이준석계 품어야한다며 그들만 아쉬워할 게 아니라, 다른 당내 청년들에게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흙 속의 진주들을 발굴해내는, 자라나는 새싹들을 찾아 한 데 모으고, 그린하우스를 쳐주는 그런 허브가 당에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의힘은 왜 이렇게 새싹이 안나지 했는데 땅을 파보니 큰 돌이 다른 싹이 못 크게 물길을 틀어막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 무거운 돌만 들어내면, 그전엔 있는 지도 몰랐던 안에 있던 새싹들이 물을 먹고 싹을 틔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국민의힘이라는 꽃밭을 풍요롭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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