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은 황제》
니케포로스는 황궁의 문턱에서 한 번 멈췄다.
멈춘 건 발이 아니라 눈이었다.
황궁의 복도는 드니프로의 평야와 달랐다. 여기에는 바람 대신 속삭임이 흐르고 있었다. 발소리는 작았고, 시선은 길었다. 대리석 바닥에 군화가 닿을 때마다 소리가 벽을 타고 올라갔다. 이 복도는 발소리를 숨기지 않는다. 누가 어디로 가는지 모두가 듣도록 설계된 건물이었다.
그는 22년간 전장에서 적을 읽는 법을 배웠다. 어디서 공격이 오는지, 누가 두려워하는지, 누가 숨기는지.
황궁에서도 같은 것들이 보였다.
다만 여기서는 아무도 칼을 들지 않았다.
전장이 아닌 곳은 없다.
마르코스는 그를 안내하는 임무를 맡았다.
"폐하께서 오전 회의에 부르셨습니다."
"회의?"
"재상단과의 첫 공식 자리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를 걸으며 눈을 움직였다. 하인, 시종, 서기관, 근위병. 누가 말을 옮기고, 누가 듣는지 아직 몰랐다.
전장에서는 사흘이면 파악했다.
여기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수도는 조용합니다."
마르코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조용한 곳이 제일 시끄럽소."
마르코스는 그 말을 받아 적고 싶었지만 참았다. 안내 중이었다.
회의실에는 다섯 재상이 먼저 와 있었다.
탁자 위에 찻잔이 놓여 있었다.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서류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준비된 자리였다. 누구의 자리에 누가 앉고, 어디에 어떤 서류가 놓이는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는 방이었다.
니케포로스가 들어서자 잠깐 정적이 생겼다. 찻잔을 드는 손이 멈추고, 시선이 모였다가 흩어졌다. 북방의 흙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은 사람. 군화를 신고 이 방에 들어온 것은 오래간만이었을 것이다.
니키타스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수도는 북방과 다릅니다, 각하."
"그렇겠지."
"여기서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니케포로스는 잠시 생각했다.
"전장에서도 속도는 중요하오."
"전장과는 다릅니다."
"다른 점이 무엇이오?"
니키타스는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는 칼이 아니라 서명이 움직입니다."
잠시 정적.
니케포로스는 테이블 위의 장부를 내려다봤다. 붉은 인장이 찍힌 문서들.
"서명이 움직이면, 누군가는 칼을 쥐게 되겠지."
니키타스의 손가락이 장부 모서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걸 막는 게 우리의 일입니다."
그는 니케포로스를 바라봤다. 표정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각하께서 그 일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니케포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동의도, 거절도 아니었다.
니키타스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수도가 낯선 사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것이다.
그는 22년간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읽어왔다.
회의는 길지 않았다.
북방의 교란 보고가 언급되었다. 역참 셋 소실. 상선 다섯 척 실종. 나루터 하나 교란. 재상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계절적 불안정입니다."
"부족 간 충돌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7군단이 처리할 사안입니다."
니케포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고서를 다시 읽었다.
역참 셋. 상선 다섯 척. 나루터 교란.
작다. 그러나 흩어지지 않았다. 방향이 있었다.
그는 물었다.
"이 보고는 언제 들어왔소?"
"이틀 전입니다."
"왜 오늘 회의에 올라왔소?"
잠시 침묵.
니키타스가 부드럽게 답했다.
"긴급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긴급이 아니면 무엇이오?"
"관리 가능한 문제입니다."
니케포로스는 보고서를 접었다.
"관리라는 말은,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군."
재상 몇 명의 표정이 굳었다.
니키타스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섣부른 대응은 오히려 위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지난 40년간 북방의 소규모 교란은 스무 번이 넘었습니다. 모두 자연히 사라졌습니다."
데이터였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 스무 번 중에," 니케포로스가 말했다. "역참이 불탄 경우는 몇 번이오?"
니키타스가 처음으로 잠깐 멈췄다.
"확인이 필요합니다."
"확인되면 알려주시오."
니케포로스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이 보고의 원본을 따로 보관해두시오."
마르코스를 돌아봤다.
마르코스가 고개를 숙였다.
"이미 따로 묶어두었습니다."
니케포로스의 눈이 잠깐 그를 향했다.
"잘했소."
회의가 끝난 뒤, 그는 홀로 황궁 뜰을 걸었다.
황금 돔이 햇빛을 받으며 빛났다. 바람이 나무 사이를 지나갔다. 어딘가에서 향 냄새가 흘러왔다. 성전 쪽이었다. 수도는 여전히 평온했다.
그러나 그는 느꼈다.
이곳은 드니프로보다 위험할 수 있다. 적은 성벽 밖에만 있지 않았다.
"수도는 어떠시오?"
낮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테오도라였다. 경호원도 없이 혼자였다.
니케포로스는 돌아서서 예를 갖추었다. 그러나 눈은 먼저 주변을 훑었다. 습관이었다. 경호원이 없다는 것은 이 만남이 비공식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비공식으로 만나겠다는 선택 자체가 메시지였다.
"폐하."
"드니프로와 다르죠?"
"예."
"무섭습니까?"
니케포로스는 잠시 생각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그럼?"
"누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르는 게 어렵습니다."
테오도라는 잠시 웃었다.
"저도 모릅니다."
그녀는 그를 바라봤다.
"그래서 당신을 불렀습니다."
그는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았다.
폐하는 재상들에게 이 말을 하지 않았다.
마르코스의 기록.
오늘 재상단 회의에서 니키타스 재상이 40년 데이터를 꺼냈다. 틀린 데이터가 아니었다. 그러나 니케포로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데이터보다 방향을 읽는 사람 같다.
그리고 니키타스 재상은 오늘 처음으로 답을 바로 못 했다. "역참이 불탄 경우는 몇 번이오?" 그 질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잠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봤다.
같은 시각, 드니프로 중류.
제7군단의 전초기지가 연기를 올리고 있었다.
이번엔 역참이 아니었다.
정찰대 셋이 돌아오지 않았다. 강변 마을 두 곳에서 약탈 보고가 올라왔다.
보고는 아직 수도에 도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