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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단상 27. 기술은 복리로 성장한다

-시행착오의 시간이 헛되지 않은 이유-

by 여철기 글쓰기

8월의 나 vs 10월의 나

8월에 처음 AI와 함께 개발을 시작했을 때, 저는 완전 초보였습니다. "AI가 코드를 다 짜준다고?" 이 정도 기대를 갖고 시작했죠.

결과는요? 3주 동안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게 왜 안 돼?" "아니 왜 자꾸 같은 에러가?" "방금 전에는 됐는데?"

모니터를 노려보며 머리를 쥐어뜯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AI는 친절하게 코드를 만들어줬지만, 그걸 실행하면 뭔가 항상 문제가 생겼습니다. API 키가 안 먹히고, 패키지가 충돌하고, 경로를 못 찾고...

그렇게 만든 게 v2.1 버전이었습니다. 작동은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10월

오늘 같은 작업을 했는데, 비교도 안 되게 빨라졌습니다.

8월에 3주 걸렸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작업을, 이제는 몇 시간 안에 처리합니다. 어제는 11시간 작업했지만, 그게 새로운 기능을 여러 개 추가한 거였거든요. 순수하게 기본 구조만 만든다면 1-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달라진 건 모델이 아니라 나였다

물론 AI 모델이 계속 발전하는 건 사실입니다. 출력 품질도 좋아졌고, 더 오래 대화를 기억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가장 크게 달라진 건 AI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첫 번째 변화 : 문제를 정확하게 물어보게 됐어요

예전에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거 만들어줘."

지금은 이렇게 물어봅니다. "Express 서버에서 API 호출하고, 응답을 청킹으로 받아서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하고, 여러 섹션으로 나눠서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줘. 각 섹션마다 시각화도 포함하고."

차이가 보이시나요? 무엇을, 어떻게, 왜 필요한지 명확하게 설명하게 됐습니다. 이게 가장 큰 변화였어요.


두 번째 변화 : 에러를 읽을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에러 메시지가 뜨면 그냥 당황했습니다. 빨간 글씨가 무섭더라고요.

지금은 에러 로그를 보고 "아, 이거 API 키 문제네", "이건 CORS 에러구나", "포트가 이미 사용 중이구나" 같은 걸 바로 파악합니다. 그리고 AI에게 정확하게 에러 상황을 설명할 수 있어요.

AI는 똑똑하지만, 제가 무슨 문제를 겪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줘야 도와줄 수 있거든요.


세 번째 변화 : 재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v2.1을 만들 때 고생했던 부분들, 예를 들면 API 연동 구조, 청킹 처리, 파일 변환 같은 것들... 이제는 그게 자산이 됐습니다.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완전히 처음부터가 아니라 "저번에 이렇게 했었는데, 이번엔 이 부분만 바꿔보자" 하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이요.


AI와 함께 일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AI가 코드를 다 짜주면,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거 아냐?"

아닙니다. 전혀요.

AI는 정말 똑똑한 조수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수입니다.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걸 AI에게 설명하고,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을 검토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다시 물어보고...

이 과정은 여전히 내가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과정이 즐겁습니다. 8월에는 답답하고 막막했지만, 지금은 마치 신뢰하는 동료와 함께 일하는 느낌이에요.


복리 효과

투자에 복리 효과가 있듯이, 학습에도 복리 효과가 있습니다.

처음 v2.1 만들 때 투자한 3주의 고통이, 지금은 몇 시간의 생산성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배운 것들은 내일 더 빠른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 겁니다.

이게 "AI 시대 개발자"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AI가 모든 걸 대신해주는 게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그 과정에서 점점 더 빨라지고, 더 많은 걸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이제 시작일 뿐

v2.1, v3.0을 만들었고, 지금은 새로운 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8월의 저라면 상상도 못 했을 속도로요.

누군가 저에게 "AI 개발, 처음에 어렵지 않았어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솔직하게 말할 겁니다.

"정말 어려웠어요. 3주 동안 많이 좌절했어요. 하지만 그 시간이 지금의 자산이 됐어요. 그리고 점점 쉬워져요."

AI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닙니다. 하지만 제대로 쓸 줄 알면, 정말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그리고 그 "제대로 쓰는 법"은 시간과 경험으로 배우는 거예요.

8월의 3주가 10월의 몇 시간이 된 것처럼, 배우는 일은 시간이 줄어드는 마법이 아닙니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언젠가 그 시간이 나를 밀어줍니다.


오늘도 그 믿음으로 다시 코드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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