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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옥임 Dec 26. 2024

구이 저수지 둘레길

남편과 함께

오랫만에 남편과 함께 구이 저수지 둘레길에 나섰다. 감기로 근 3주 이상 꼼짝 못하고 출근 외에는 바깥 출입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요일이면 남편과 함께 했던 둘레길 운동을 멈춘지도 한 달이 되어가는 셈이다.

감기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모처럼 큰맘 먹고 나가는 운동이라 솜바지에 목까지 단단히 여미고 나갔다. 행여라도 그 어디에 바람이 파고들어 황소바람 되지 않도록 철저히 여미고 나간 덕분에 집밖을 나서면서

"바람이 조금 분다."는 남편의 말에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날씨가 푹하다고만 생각했다.


구이농협에 차를 주차해놓고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숨이 조금 차오른다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벼워서 왕복 2시간 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구이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숲으로 들어가면서 낮은 오르막이 나오자 예전의 내 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숨이 차고 살짝 어지러운 것이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여보, 더 이상은 안되겠다. 당신 혼자 다녀와요."하고 말하자 알았다며 멈추어 서 있는 나를 뒤로 하고 남편은 홀로 터덕거리며 오르막길을 오른다. 혼자여서 쓸쓸해 보인 남편이 사라진 길을 올려다보며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주머니에 들어있는 귤을 까먹었다. 남편에게 귤 하나를 미리 건네주어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남편
뒤돌아서 혼자 내려오는 길

한참을 그렇게 홀로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뒤돌아 내려오는 길에 남편을 생각했다. 2주가 넘도록 숨이 넘어가게 기침을 해대는 와이프의 기침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되려  안되겠다 싶었는지 며칠 전 몸보신을 시켜주겠다며 퇴근하고 집에 오니 삼계탕을 끓여놓았다. 진하게 우러난 약재 국물에 닭다리와 가슴살을 넣어주고 먹어야 이겨낼 있으니 따끈할 먹으라며 그릇 수북이 담아 내어준 남편의 정성에 그래도 빨리 좋아진 다.


감기 초기 진압을 잘 했어야 했는데 쉽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이 그만 화를 자초했다. 학년 말이 되면서 면역력은 바닥이 나고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겹친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금세 좋아지려니 여겼던 것이 기침은 숨이 넘어가고 누런코에 피까지 섞여서 그 많은 누런 코가 어디에서 끝도 없이 쏟아지는지... 가래도 잔뜩 끼어서 기침할 때마다 걸림돌이 되었다. 코피에 덩어리까지 쏟아냈으니......

상태가 이 정도면 폐렴으로 돌아서기 전에 단박에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주변에서는 염려들을 했다. 그러나 병원은 물론 약도 일체 먹지 않고 오롯이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건강식품으로만 버텨냈고 회복이 많이 된 상태다. 내 몸의 항상성과 자생력을 믿기 때문에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이겨냈다.


구이저수지가 시작되는 숲 끝자락의 벤치에 자리잡고 앉아있는데 앞서 갔던 가족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내려온다. 한참 뒤에 나타난 남편의 모습을 보고 반겨 맞이하자 올라가서 귤도 먹고 물도 마시고 내려온다며 남은 물을 열어서 내어 민다. 그리고 고구마 캔디라며 두개를 까서 건네준다. 한꺼번에 먹어야 맛있다니 안 먹는 사탕이지만 남편의 정성에 못 이긴 척 받아먹었다.


전에 보지 못한 수많은 청둥오리들의 모습

다른 때와 달리 저수지에서 놀고 있는 청둥오리들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한다. 기껏해야 한 가족 너댓마리가 전부였는데 오늘은 무슨 일일까? 겨울이어서일까? 바람을 타지 않는 구석진 아늑한 쪽에 모두 모여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득 용인 수지에 살았을 때 성복천에서 분당 탄천으로 이어지는 천변을 따라 운동하면서 익숙하게 봤던 청둥오리들이 생각난다.

높은 계단을 뛰어 오르지 못하는 못난이 청둥오리 새끼 한 마리를 위해서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내 일처럼 손뼉을 치며 응원하모습들이 아직도 눈과 귀에 선하다.

반복해서 실패하는 청둥오리 새끼를 지켜보던 연세 지긋한 남자 분이 안타까운 마음에 쉽게 올라서도록 긴 장대로 받쳐주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홀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어미가 있는 곳으로 훌쩍 뛰어 올랐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잘 했다는 말과 함께 힘찬 격려의 박수를 쳐주었다.

안절부절 어미는 그제서야 힘차게 뛰어오른 새끼를 앞세우고 여유롭게 놀고 있는 새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어서 수필에 남겨두었었다.


이번 감기를 호되게 앓으면서 이상하게 갈비탕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마치 임산부처럼..... 남편은 친구가 운영한다는 갈비탕집에 가서 낙지가 들어있는 낙지 갈비탕을 시켜주었지만 몸이 최악인 상태에서 속이 미식거리고 구토증으로 한 입도 먹지 못하고 남편과 여동생이 먹는 모습만 지켜보아야 했다.


먹지 못한 갈비탕을 포장해 주어서 3번에 걸쳐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일반 갈비탕집의 대왕갈비탕과 비슷한 양이어서 갈비가 많이 들어있었다. 낙지와 인삼 등이 들어있는 낙지갈비탕을 먹었음에도 운동을 마치고 다른 맛집을 찾을 필요도 없이 모악산 주변 갈비탕집으로 향했다.

대왕갈비탕을 시키고 싶었지만  번에 먹기에는 양이 많을 같아 일반 갈비탕을 시켰는데  살짝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찾지 않는 갈비탕인데 이번에는 왜 그토록 먹고 싶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얼마나 더 먹어야 충족이 될모르겠지만 다음 주를 기대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구이 둘레길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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