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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 회의

감사 인사

by 이옥임

겨울방학을 앞두고 전 교직원 회의가 시청각실에서 있었다. 기초학력부장의 신년도 계획 안내가 끝나고 교무부장의 방학 중 안내가 이어졌다. 그리고 교감 선생님의 선생님들 덕분에 1년을 잘 마치게 되어서 감사하고 새해 행복하시기를 빈다는 말씀이 끝나자 교장 선생님의 순서가 되었다.


출처 픽사베이

마이크를 잡은 교장 선생님이 난데없이

"올 마지막 교직원 회의여서 학교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오셔서 큰 도움을 주시는 우리 이옥임 선생님의 인사 말씀을 먼저 듣도록 할게요."라며 아무런 생각없이 앉아있는 나를 향해 마이크를 내민다. 옆에 앉아있던 동학년 부장이

"선생님, 어서 나가셔요."라며 내 등을 떠밀어서야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하필 오늘 아침 안경을 찾지 못하고 출근한 바람에 여러 선생님들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진 않지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 시절에는 아파도, 집에 행사가 있어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후배들에게 마음 편히 쉬고, 일을 편히 보도록 도움을 주자는 뜻에서 출근하고 있구요. 우리 아이들과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우리 동학년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마이크를 건네고 들어오자 등 뒤로

"저희들이 감사하지요. 매년 이렇게 도움을 주고 계시는데 내년에도 저는 없더라도 꼭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라는 교장의 멘트가 들린다.


신년도 2월 정년퇴임을 하는 교장선생님과의 인연은 2~3년은 족히 된 것 같다. 그전부터 인연이 된 교감 선생님이 기간제 교사가 필요할 때마다 믿고 불러주는 바람에 아예 학교 정직원처럼 많은 후배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정말 교실 현장이 절박할 때마다 감사하게도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불러주었었다. 기간제교사 3개월 동안 우리 아이들에게 심혈을 기울였고 최선을 다해서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아이들이 개선되고 학급 분위기가 변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교사로 인정을 해준 셈이다.


출처 픽사베이 - 자기주도적 학습

고향으로 내려오기 전 현직에서 담임을 맡았을 때에는 3월 한달 동안 학부모님과의 연계 상담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개선되고 4월부터는 발표, 모둠활동, 아침활동, 학습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의욕적이고 활발한 활동으로 학교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기간제교사나 단기 강사로 이미 형성된 학급 분위기의 아이들을 개선시키고 변화시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 2학년은 1주에서 2주 기간 동안 대부분 개선과 변화가 가능하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노력과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을 보면서 나쁜 습관의 기간에 따라 개선되는 기간이 비례됨을 알 수 있다.


단기간 아이를 변화시키려다보니 밀도있는 지도가 필요하고 압축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출근하기 전에는 몸이 너무나 좋아서 최상의 상태라고 생각했었는데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몸이 무너지기 시작해 방학을 앞두고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내 몸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아이의 변화되는 모습에 감사했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살아있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이 시작되면 기간제교사도 종료가 된다. 이후 건강은 적극적으로 다시 챙기면 되는 일이다. 쉬는 동안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들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충전 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불러주면 즐겁게 달려갈 계획이다.


교직원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나를 발견한 교장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못을 박듯 당부를 하신다.

"선생님, 어쩌면 그렇게 편안해 보이셔요.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의 편안하신 모습을 좋아하나 봐요. 내년에도 꼭 와서 도와주셔야 해요."

"감사합니다. 언제든 불러주시면 달려오겠습니다. 정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시구요~~^^


시청각실에서 정신없이 나오던 교감 선생님이 나를 보고 꼭 껴안으며

"그동안 너무나 감사했습니다."라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대규모 학교의 교감으로서 교사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방면 얼마나 많은 애를 썼다는 것을.....


출처 픽사베이 - 행복한 교실

진심으로 모두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누구보다 교사가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들이 깨닫고 진정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교육당국은 무엇을 해야 할 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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