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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복구 불가능

잔인한 해킹

by 이옥임

그동안 잘 사용했던 블로그가 나도 모르는 스팸 홍보글로 인해 이용제한 조치가 내려졌다는 메일을 확인하고 서둘러서 홍보 글을 삭제 후 이용제한 해제 요청을 했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원상복구가 되지 않아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위와 같은 메일이 와 있다.

위 내용대로라면 블로그 운영 측에서 카테고리와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스팸 홍보를 올린 업체 측에서 게시글을 모두 삭제하고 홍보 글을 올렸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해킹을 당했다는 뜻이다.


밤 23:03분에 스팸성 홍보글이 올라왔을 당시의 블로그 상태를 보지 못하고 다음날 오전에야 블로그가 초기화된 상태에서 출장마사지 홍보 글과 사진을 봤으니 블로그 운영자 측에서 카테고리와 게시글은 삭제하지 않았다는 내용에 신뢰가 갔고 블로그 운영자 측의 성실하고도 진솔한 답변에 감사했다.


삼둥이들의 이야기가 100편이 넘게 올라가 있고 생활, 교단, 신앙, 해외여행 수필들과 명퇴 후 내려와서 운동을 다녔던 삼천변, 구이 둘레길을 돌며 직접 찍은 사진과 식물 이야기, 시, 독후감 등의 글들이 근 400편 남짓 탑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현직 때 그렸던 유화들과 전시회 리플렛, 수채화 등이 사진 목록으로 정리되어 있었는데 하룻밤 새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현직 때부터 써왔던 많은 글들이 고스란히 네이버 블로그에 그대로 담겨있는데...... 등단했던 글도 올라가 있고 한국문협의 원고들도 올라가 있었다. 내 글들이 실려있는 책들이라도 남아있다면 필사해서 탑재할 수 있을 테지만 책장 가득 쌓인 책들을 내려올 때 1차 정리하고 내려와서 한번 더 정리를 해놓고 보니 아쉽기까지 하다.


'블로그 해킹'을 검색해보니 해킹을 당하면 그것으로 끝이란다.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으니 결코 남일이 아니었다. 블로그를 믿고 내 글들이 담긴 책들을 미련없이 모두 버린 상황이니 이를 어쩌나... 실망, 낙심, 슬픔..... 만감에 어제는 하루종일 우울했었다.

출처 : Lillian 녹다 블로거의 글 가운데 일부

도대체 왜 그랬을까? 너무나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었다.


지금은 PC 작업을 하다가 미처 저장을 하지 못했을 때 자동 저장이 되니 다행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작업을 하다가 수시로 사라져 버리는 글들 때문에 많이 속상했었다. 쓰다만 글이 사라지는 것도 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마냥 안절부절 어쩔줄 몰라 했었는데 통째로 날아가버린 이 글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어제는 우울했지만 오늘은 화가 났다.


무엇보다 올 중학교 3학년이 된 외손녀 첫사랑 지우 이야기가 어렸을 때부터 담겨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외할머니가 쓰고 계셨다며 좋아했었는데... 웬만한 일에 속상해하거나 낙심하지 않는 내가 어제 오늘 너무 힘들었던 이유다.

출처 픽사베이

그러나 어쩌랴. 켜켜이 쌓여있는 먼지 낀 글들을 이참에 모두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글들을 쓰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이틀이 걸렸다. 한 번 엎질러진 물 다시 주워담을 수 없고 사라진 글들이 다시 돌아올 리 없으니 과감히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해야겠다.


운전자들에겐 늘 안전 운전이 답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타인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항상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남편이다. 언제 어디서든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아픈 경험을 통해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으니 아깝지 않은 댓가라고 믿고 싶다. 새 부대에는 새로운 술로 채워 나가야겠지..... 하나씩 천천히 좀 더 성숙한 글들로 채워나갈 계획이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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