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배추가 많이 나온다. 얼마 전까지 품귀 현상에 비싸더니, 이제는 지천에 배추가 있다. 배추가 많으니 사다 둬도 귀한 느낌 없이 냉장고 속에서 애물단지가 되기 쉽다. 지난 주말에 사 둔 배추가 일주일 내내 냉장고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마침 부드럽게 끓인 배추된장국이 먹고 싶어서 배추를 꺼냈다. 배추로 된장국을 끓이면 잎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을뿐더러, 맛있는 된장국을 손쉽게 끓일 수 있다.
멸치 한 줌과, 다시마 몇 조각을 넣고 육수를 끓였다. 한 번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한참 동안 방치해 두면 멸치육수가 진하게 우러난다. 몇 시간 뒤에 멸치와 다시마를 건져내고, 배추를 잔뜩 넣어서 한참 동안 끓였다. 배추는 겉잎 위주로 깨끗하게 씻어서 손으로 툭툭 찢었다. 적당한 크기로 찢은 배추를 육수에 빡빡하게 들어갈 정도로 넣으면 된다. 배추가 이렇게 많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넣으면 적당하다. 배추가 숨이 죽고 채수가 빠져나오면서 배추 양이 훅 줄어든다. 게다가 배추가 풍년인 계절이니, 아낌없이 먹고 있다. 센 불에 잠깐 끓이다가 약한 불로 줄여서 뭉근하게 오래도록 끓이면 좋다. 된장국을 약불에 30분 이상 끓였더니 배추가 아주 부드러워졌다. 이때 된장 한 큰 술을 풀어 넣고 한소끔 끓이면 배추된장국 완성이다. 육수만 내었을 뿐, 아무런 부재료 없이 배추와 된장 두 가지 재료로만 끓인 된장국이 어떤 된장국보다 시원하고 맛있다. 바쁠 때에 급히 끓여도 배추의 씹히는 맛이 먹을만하지만, 여유 있게 육수를 내고 배추를 푹 끓이니 제맛이다.
며칠 전에 들어온 파김치가 너무 맵고 입에 맞지 않아서 고민이었는데, 그 파김치를 송송 썰고 양파 한 개 잘게 잘라 넣어 튀김가루로 반죽을 해서 부침개를 부치니 맛이 좋다. 파김치의 간이 세서 전반적으로 짜고 자극적인 부침개가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가족들은 맛있다고 잘 먹는다. 그냥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김치였지만, 파김치 전으로 변신하니 그럴싸하다.
자연식물식 130일째다. 나의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가족들 건강식에 신경 쓰고 있다. 식이요법을 처음 시작하던 시기에 자주 하던 양파달걀덮밥을 오랜만에 만들었다. 더 신경 써서 맛있게 만든다고, 멸치육수도 쓰고, 청주도 넣고, 다진 마늘까지 넣었는데 식감이 좀 단단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넣고 오래 끓이다 보니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나지 못했다. 자연식물식은 더하는 요리법이 아니고 빼는 요리법이다. 주재료를 살려서 요리를 하면, 그것처럼 맛있는 음식도 없는데, 마음이 과하든 욕심이 과하든 혹은 관심이 과하든, 무언가 과하게 튀어나오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때가 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나 상황을 마주할 때에도 너무 과한 욕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의 양파달걀볶음은 첫째 아이가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