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모 글을 보고, 가족들 반찬으로 소고기 음식이 만들고 싶어졌다. 자연식물식을 하는 사람이니, 무엇보다 자연식물식의 좋은 점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러니 가족들 반찬도 육식보다는 채식 반찬으로 즐겨 차리게 된다. 물론 내가 먹는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음식과 가족들을 위해 만드는 반찬의 종류는 다르지만 이전보다 고기의 사용량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그러다가, 고기만 보면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느낀다는 누군가의 글을 보고 나니, 고기 좋아하는 가족들을 위해 소고기불고기라도 만들고 싶어졌다.
정육점에서 불고기용 소고기를 한 근 반 샀다. 한 근은 부족할 것 같고, 두 근은 남아돌 것 같으니 한 근 반이 적당하다. 보통은 인터넷 장보기로 고기도 같이 주문을 하는데, 오늘은 바로 고기반찬을 만들고 싶어서 정육점에 갔다. 싱싱하고 새빨간 고기를 잠시 실온에 두었다가, 양념을 해서 조물거렸다. 양념은 우동간장 세 큰 술에 설탕 한 큰 술, 멸치액젓 한 큰 술, 참기름 한 큰 술, 냉동 다진 마늘 두 조각을 사용했다. 맛술이 있으면 좋은데 마침 떨어졌기에 맛술은 생략했다. 맛술이 없으면, 후추를 좀 넉넉히 뿌려서 잡내를 잡으면 된다. 양념이 고루 섞인 불고기를 팬에 올리고 익히다가, 크기가 큰 양파 한 개를 크지 않게 잘라 넣고(길쭉하게 자른 뒤 한 번 더 잘랐다) 섞어가며 볶았다. 고기와 양파에서 수분이 나오니, 계속 섞지 않고 중간중간 뒤적여 줘도 타지 않는다. 고기가 다 익었을 때, 후추와 통깨를 넉넉히 뿌리고 대파 한 뿌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넣고 한 번 더 볶았다. 이때쯤 되면 고기와 채소에서 나온 수분은 다 증발해서 바싹불고기가 된다. 국물이 없으니 간이 싱거워지지 않아 짭조름하다. 불고기에 곁들일 양파무침도 했다. 큰 양파 한 개를 길쭉하게 자르고 대파도 한 뿌리 자른다. 우동간장, 매실액, 고춧가루를 각각 한 큰 술씩 넣어서 잘 섞으면 양파무침 완성이다. 불고기에도 생채소를 곁들이면 좋다. 벌써 김장김치는 익어가고 있어서 생채소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오랜만에 볶은 불고기가 인기가 좋다. 가족들이 좋아하니, 가족들의 취향을 존중해서 종종 고기를 볶아야겠다. 고기를 살 때면, 동물복지 등 이런저런 생각이 나니 망설이게 되지만, 오늘은 막상 맛있게 완성된 불고기를 보니, 나도 모르게 젓가락이 갔다. 고기 몇 젓가락에 상추쌈과 양파무침을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다. 자연식물식 179일째다. 오늘은 자연식물식이 무색하게 (많은 양은 아니지만) 불고기도 먹고, 달걀에 빵에 커피까지 이것저것 먹었다. 그래도 주로 먹은 음식은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자연식물식이다. 오랜만에 걸린 감기가 꽤 독해서, 예상치 못하게 일주일 넘게 가고 있다. 이제 감기가 끝나가는지, 바깥활동을 해도 그다지 힘들지 않고 컨디션도 훨씬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