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학을 시작하고 맞이하는 주말에는 왠지 고기가 굽고 싶다. 방학 동안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쟁여 둘 겸, 대형마트에 가서 커다란 구이용 소고기 한 팩을 사 왔다. 절반도 안 되는 양을 구웠는데도, 역시 양의 차원이 다르다. 남은 고기는 두 봉지에 나누어 담아서 냉동을 하고 고기 세 덩어리를 프라이팬에 구웠다. 담백하게 바짝 구운 고기를 선호하는 나와 달리, 작은 아이는 기름도 넉넉히 두르고 버터도 한 덩이 넣고, 소금도 넉넉히 뿌려가며 굽는다. 한 면이 충분히 구워지면 뒤집고, 고기가 반쯤 익었을 때에는 약불에 은근히 구워서 안까지 어느 정도 익게 두었다. 아이가 굽고, 나는 옆에서 불조절만 거들었는데 고기가 아주 맛있게 구워졌다. 후추는 고기를 다 익히고 접시에 옮겨 담은 뒤에 뿌렸다. 동네 정육점에서 파는 한우에 뒤지지 않는 맛이다. 대형마트의 호주산 고기를 오랜만에 샀는데 맛이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느라 육고기는 거의 먹지 않았는데, 어제는 돼지고기, 오늘은 소고기까지 꽤 먹었다. 자연식물식을 하기 전처럼 고기를 주식으로 먹지는 않았지만 당기는 대로 여러 점 가져다 먹었다. 밥반찬으로도 괜찮고, 빵에 넣어먹으니 또 별미였다.
가니쉬로 당근도 스틱으로 잘라 두고, 양파는 무치고, 브로콜리는 데쳐서 쌈장에 곁들였다. 당근은 손질이 좀 번거롭긴 하지만, 한 번에 많이 잘라두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흙당근의 흙을 씻어내고, 필러로 껍질을 벗겨낸 다음, 길게 스틱모양으로 잘라서 통에 담아두면 며칠 동안 먹어도 맛이 변함없어서 생으로 먹기도 좋고, 요리에 넣어도 좋다. 브로콜리는 한 번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줄기 부분은 얇게 자르고 송이 부분은 좀 크게 잘라도 괜찮다. 팔팔 끓는 물에 자른 브로콜리를 넣고, 3분 정도 데치고 찬물에 헹군다. 브로콜리도 한 번에 많이 데쳐 두면 카레나 볶음요리에 넣기도 좋고, 데친 브로콜리에 쌈장만 곁들여도 좋다. 양파는 고기에 어울리니 길게 잘라서 고춧가루, 설탕, 식초, 간장을 넣어 무쳤다. 상추까지 씻어 두니 충분한 채소가 준비되었다. 자연식물식 초기에는 고기는 입에도 대기 싫어서 채소만으로 맛있는 식사를 했었는데, 요즘에는 자연식물식을 느슨하게 유지하면서 이것저것 먹게 된다. 간식으로 베이글과 카스텔라도 당기는 대로 먹었다.
자연식물식 초기에 엄격하게 식단을 유지하면서 피부도 안정되고 속도 편안해졌다. 이제는 자유롭게 먹되, 주식은 자연식물식으로 유지하는 정도이지만, 계속 몸과 마음의 편안함이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손발이 차가워서 고기 등의 자연식물식 이외의 따뜻한 음식을 섞어가면서 먹지만, 깨끗한 피부 상태가 잘 유지되고 있다. 일시적으로 고기를 먹을 수는 있지만, 주식은 여전히 자연식물식으로 하려고 애쓰고 있다. 고기를 먹더라도 가니쉬를 우선으로 더 많이 먹는 식이다.
* 사진 출처 : Unsplash의 Jeremy Gallag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