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을 때는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당긴다. 아이들이 명란찜을 찾아서, 냉동명란젓을 한 병 샀다. 양이 얼마 되지 않아서 모두 꺼내어 무침을 했다. 명란젓을 가위로 몇 번 자르고, 대파를 잘게 자른다. 대파를 거의 명란젓만큼이나 넣었다. 명란젓 자체의 간이 세기 때문에 다른 양념은 필요 없고, 다진 마늘 한 작은 술에 참기름만 넉넉히 넣어서 잘 섞으면 명란젓무침 완성이다. 명란젓이 싱싱할 때, 하루 이틀은 그냥 먹고, 이틀이 지나도 남는 명란젓은 찜기에 한 김 쪄서 먹으면 좋다. 명란젓무침을 유리 그릇에 넣고, 불투명한 색으로 바뀔 때까지 찜기에 올려서 찌면 별미다. 그냥 무침도 좋지만 때로는 명란찜이 더 맛있다. 밥에 비벼 먹거나 밥을 김에 싸먹을 때 얹어 먹어도 좋다.
자연식물식 중이라 젓갈류도 많이 먹지는 않지만 가족들 반찬으로 가끔 만들기도 하고, 젓갈이 당기는 날은 얼마간 먹기도 한다. 점심을 밖에서 자극적인 음식으로 먹었더니 저녁에 먹는 자연식물식이 심심하게만 느껴졌다. 가공하지 않은 채소, 과일, 통곡물로 이루어진 자연식물식만 할 때에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꼈었는데, 간이 센 음식들을 먹으니 오랜만에 자연식물식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다시금 식단을 점검할 때다. 자연식물식 185일째다. 점심은 밖에서 치팅데이로 먹었고, 아침에는 과일식, 저녁은 자연식물식을 했다. 두 끼는 자연식물식을 제대로 했지만, 점심이 지나치게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인 날이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Should W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