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삼삼하게 만드는 미역줄기볶음

by 소미소리

냉장실에 며칠 동안 묵고 있는 미역줄기를 꺼냈다. 미역줄기볶음은 식당에서 나오는 앞반찬으로나 먹는 줄 알았다가, 지난번에 한 번 볶아보니 쉽기도 쉽고 맛도 좋아서 다시 한 팩 주문해 두었다. 소금에 절여진 미역줄기라서 볶기 전에 물에 담가 두어야 한다. 찬물에 두어 번 헹군 미역줄기를 물에 담가 삼십 분 정도 두면 소금기가 적당히 빠진다. 싱겁게 먹으려고 물에 오랫동안 담가 뒀더니 미역줄기가 충분히 삼삼해졌다. 미역줄기를 가위로 듬성듬성 잘라서 원하는 길이로 만들고, 바로 팬에 넣고 볶았다. 미역줄기가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서 따로 기름을 두르지 않고 미역줄기와 양파 반 개를 길게 썰어서 같이 볶았다. 냉장고에 버섯이나 당근이 있으면, 함께 볶아도 좋다. 당근은 잘게 썰어 둔 것 밖에 없고, 버섯도 없기에 오늘은 양파만 넣었다. 한참 볶아지면서 물기가 다 사라지고 탈 것 같으면 식용유를 좀 두르고 달달 볶는다. 계속 볶아댈 필요는 없지만 타지 않게 적당히 뒤적거리면서 10분 이상 볶아야 맛이 좋다. 충분히 볶아진 미역줄기에 다진 마늘을 한 큰 술 넣고 한 번 더 휘리릭 볶아도 되지만, 오늘은 다진 마늘도 생략하고 참기름 한 큰 술을 넣고 통깨를 넉넉히 뿌려서 잘 섞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미역줄기볶음은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은데, 가족들이 거의 먹지 않아서 혼자 신나게 먹고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이번 주 자연식물식 밑반찬이 한 가지 생겼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건강하고 맛있는 반찬, 게다가 별로 손도 안 가는 만들기 쉬운 반찬을 계속 발견하고 있다. 복잡하게 뭔가 그럴듯한 반찬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좋은 재료로 간단하고 쉽게 만든 반찬이, 식재료의 맛이 제대로 살아나서, 더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족들 반찬은 때때로 맛살이나 참치통조림 같은 가공식품을 섞어서 이용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반찬에 채소가 많아지고, 양념은 약해졌다. 간장과 (마스코바도) 설탕은 여전히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천연재료가 아닌 소스류의 사용은 자제하는 편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좋은 음식을 먹고 몸을 잘 대우하면 마음도 절로 편안해진다. 반대로 마음에 성난 파도가 밀려올 때에는 자극적이고 다디단 음식이 당긴다. 초콜릿 한 조각이 필요한 날은 달콤한 밀크초콜릿 한 조각 정도야 먹지만, 다시금 건강하고 클린한 채소와 과일로 돌아오곤 한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내 몸을 돌보고, 마음을 돌아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몸이 편안해지니 마음의 성난 파도도 이전에 비하면 잠잠한 편이고, 회오리처럼 밀려드는 바람도 이전에 비하면 순풍인 편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바람이 불고, 눈이 나리는 것처럼, 마주치는 상황에 감정을 조금 빼고 바라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이고, 마음과 몸을 돌보는 방법 중에 좋은 것은 좋은 음식이다. 그러니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