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워 지기 위하여 지금 내가 해야할 일

삶의 위기를 건너는 법에 대하여

by 김경옥

그리 많은 날을 살아왔다 말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날들을 보내왔지만, 태어남 이후 서른 다섯해를 보내는 나의 시간 동안에도 뜨거웠던 날들이 있었고, 그 뜨거움이 다 식어버려 앞일을 걱정해야 하는 때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아무리 어려운 때에도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어떻게든 잘 될거야.”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거야.”

하고 생각하고는 했지만 이런 말들을 아무리 수십번 되뇌어도 조금씩 작은 두려움들이 몰려오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당시 내가 처한 그 상황들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파악하려 노력하는 동시에 감정적으로 휩싸이는 부분들을 최대한 걸러내야 했다. 그러고 난 다음 나는 이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 내가 해야할 일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해서 실행해야 했다. 물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모든 행위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수도 있다’라는 실패의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했기에 내가 행할 수 있는 모든 일에는 플랜B가 반드시 필요했고, 그러했기에 마음이 편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보통의 경우 사람에게 발생하는 많은 문제란 ‘돈’ 또는 ‘사람’과 관계되는 문제인 경우가 많고, ‘돈’ 문제 또한 ‘사람’의 손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기에 모든 문제는 ‘사람’에게서 비롯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인생의 온도를 다시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 또한 대부분의 경우 사람이었다. 꿈을 꾸는 모든 이들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법이니. 나는 차갑게 식어버린 나의 인생을 다시 데우기 위해서 내 곁에 훌륭한 사람을 두기 위해서 필요한 당시의 일들을 무리없이 해내야 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때에도 모든 것을 다 가진 상태를 상상하며 내 어려운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블랑시는 남부의 부유한 귀족 태생이었으나, 집안이 망하고 남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생의 위험을 겪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탑승한다. 실제로 그녀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그녀의 동생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집안이 몰락하고 남편이 죽고 나서 택한 그녀 인생의 탈출구가 바로 ‘욕망’이었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갑자기 그동안 지녔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뜨거웠던 삶이 어느 순간 식어버렸다는 것을 발견하였을때 그녀가 겪어야 할 상실감과 두려움, 막막함을 경험하지 않은 누가 감히 쉽게 논할 수 있을까? 얼마나 정신을 붙잡고 있어야 그 당시의 자신과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블랑시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도착한 동생 스텔라의 집에 거주하면서 다시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할 사이에 이르게 되지만 ‘욕망’에 충실했던 그녀의 과거가 폭로되면서 그녀는 그 결혼을 성사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는 제부 ‘스탠리’에 의해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블랑시의 생을 마주하며 블랑시가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욕망’이라는 전차에 탑승하지 아니하고 혹여나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그녀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에 솔직하고 인생의 희노애락에 대한 식견을 갖추었던 그녀의 모습이 조금은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한 여자의 인생에 대한 슬픔과 아픔이 한동안 가슴을 맴돌았다.


삶을 살다 보면 늘 뜨거울 수만은 없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좋은 것만도 아닐 것이다. 뜨겁기도 하고 조금은 식어가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차가워진 내 인생을 일으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이러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살아있음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스스로 깨닫게 되는 날들이 오기도 하는 것일 터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때 그 위기를 어떤 식으로 헤쳐 나가느냐 하는데에 있을 것이다. 삶의 위기를 잘 풀어나가는 방법을 아는 법. 다시 뜨거워지기 위해서 힘들때 해야할 일을 아는 것. 그것이 호시절을 보내는 동안 깨우쳐야하는 일이기도 하고, 힘든 시절을 보내는 동안 잊지 않아야 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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