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관리를 하는 데에 결혼은 어떤 변수일까?
워크앤 라이프 밸런스 라는 말이 회자 되는 시대에, work and life 에서 커리어는 아마도 work 에 해당하는 것일 테고, 결혼은 life에 해당하는 이슈일 것이다. 하지만 워크앤 라이프가 현실에서 완전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듯이, 커리어 관리에 있어서도 결혼은 완전히 구분되거나 분리되지 않는다. 결혼은 인생이나 커리어 관리 상의 중간에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되어 끼어든다.
인생의 장기적 계획 및 커리어 관리에 있어서, 과연 결혼은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까? 요즘 한창 비혼이 유행이지만,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만약 언제가 되었든 결혼은 하고, 아이를 낳는 것으로 가정한다면, 이는 과연 “계획”을 세워야 하는 문제일까, 아니면 그저 통제 불가능한 변수이니, “대응”해야 하는 변수인 것일까?

구글의 김현유 전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결혼은 인생에서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니, 어떤 계획을 세워서 해야 하는 이슈가 아니라는 언급을 했다. 그는 결혼 16년차 인 듯했고, 그 글에 포함된 사진은 16년차 부부의 뒷모습이 있는 사진이었다. 나는 그 사진과 글을 보면서, 일견 공감했다가, 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그저 내게 오면 반기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마냥 기다리면 되는 그런 것이었던가?
생각해보면 나는 남편과 결혼하던 즈음에 참, 결혼이 하고 싶었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남들은 다들 몇 년씩 연애해서 오래 만난 남자친구랑 결혼도 잘 하고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늘 결혼할 것 같았던 남자친구들과 결국은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래도 결혼이 하고 싶어 다시 결혼생각이 있는 남자를 소개받고는 했다.
그 즈음에는 마치 알랭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 가”의 주인공들처럼 비행기를 타도 옆자리 남자랑 연애를 했고, 또 그냥 길 가다가도 남자를 만나고는 했다. (그렇다고 아무나 만난 것은 아니고, 또 며칠 만난 것도 아니고, 다 너무 훌륭한 분들이었고, 몇 개월 이상씩은 만났다.) 그렇게 열심히 나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결혼할 남자를 찾았고, 드디어 나와 세 번 만나던 날 이후 결혼하자고 고백하던 남자를 만나 2년여를 연애하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둘 낳았다.

내게 결혼이 통제 불가능한 변수인 것은 맞았다. 나 혼자만의 의지로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랬다. 나와 상대의 의사가 동시에 합치되는 것이 필요한 것이기에, 나 혼자만의 결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타인의 마음은 나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내게 결혼은 중요한 인생 계획 중에 하나였다. 나는 아이를 낳고 싶었고, 아이를 낳는 시기도 중요했기에 계획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늘 그렇듯이 인생에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기에, 내 결혼은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 한참 늦었고, 나는 30살의 마지막 날 남편을 처음 만나서 33살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도 또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아서, 남편은 결혼하고 3년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하늘로 떠났다.
그러고 난 후 지금의 내게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계획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남편이 하늘의 별이 된 지금, 벌써 2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나니,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 아이들 둘을 키워낼 생각에만 집중된 시간들을 살고 있다. 지금은 왜 일하다가 결혼 시기를 놓쳤다는 사람들이 생기는 지 알 것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고, 내게 지금 다른 새로운 결혼이나, 이성의 만남은 더 이상 안중의 사건이 아니다. 혹시 좋은 사람이 생기면 고려를 해볼 수는 있겠지만, 굳이 지금 연애나 결혼을 하겠다고 뭔가 계획을 세우고, 집중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아마 지금의 내 상태가 김현유 전무가 얘기하는, “결혼이란 통제 불가능한 변수이므로, 인생계획에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오는 대로 대응 하는 것” 이라는 생각에 부합하는 상태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남편과의 사별 이후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평생 깨닫지 못했을, “결혼은 인생에서 계획의 대상이 아니라, 대응의 대상” 라는 문장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 내게 어떤 만남의 기회가 온다면 그것이 내 커리어에 어떤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굳이 그런 만남을 내 인생, 내 커리어의 계획상에 집어 넣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아마 그 이유는 새로운 결혼이 있으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은 까닭이고, 이미 아이들이 둘이나 있어서 더 아이를 낳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고, 소위 말하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새로운 결혼 또는 이성의 만남을 내 인생의 계획, 커리어 관리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결혼이 하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서 인생을 꾸리고 싶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남녀라면, 그것은 인생의 아주 중요한 이슈이므로, 당연히 인생의 계획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그로 인해 커리어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장기적인 커리어 로드맵에도 당연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므로, 비단 결혼 외에 다른 이슈들도 나 혼자만의 힘,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타인의 도움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획이란 없고, 또 그렇게 계획을 세운다고 한들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하늘의 뜻이고 모두 다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상황이 꼭 결혼에만 국한되는 이슈는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결혼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라면, 그것은 당연히 인생의 계획에 포함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커리어독립플랜(2020.09.10 출간, 김경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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