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장소가 되어주는 사람

너를 항상 응원해

by 도르가

늘 환영해


신기율 작가 쓴 <은둔의 즐거움>이라는 책은 '은둔'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조용히 지워 준다.

은둔은 도망이 아니라, 각자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잠시 물러나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의 출구라는 설명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아있어 내 카톡 배경 사진으로도 남겨 놓았다.

어젯밤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지금 집에 가도 돼?" 늦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단번에 답했다.

"당연하지." 방송국에서 일하는 딸은 늘 긴장과 압박 속에 산다. 어제처럼 퇴근길 집에 온다고 한 적은

없었는데, 이 녀석 몸이 힘든지 오겠다는 소리에 운전 조심히 하고 오라고 했다.

밤새우고 퇴근하는 길 모자를 푹 눌러쓰고 피곤에 절여있는 모습이라고 걱정을 한다. 그게 뭐 대수라고...

나는 딸이 오면 무엇을 먹일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이 녀석의 은둔이 시작된 것이다.


쉴 수 있는 장소. 걱정 없는 안전한 장소. 뭘 해도 다 되는 장소인 집에서 나는 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는

것이 없다. 하루를 있던지 몇 날을 있던지 먹고 자고 뒹굴어도 아무 소리 하지 않고 그냥 두면서 충전을

시킨다. 엄마라는 자리를 은둔의 장소로 삼아 나를 찾아오는 딸.

때로는 마음속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놓는 딸. 자라면서 제대로 해준 것도 없어 늘 미안하지만,

어려웠던 환경이 오히려 디딤돌이 되어 잘 자라준 딸은 이제 든든한 나의 친구다. 그 사실이 참 감사하다.

오늘 밤이면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딸은 먹고 싶은 몇 가지 음식을 말해준다. 나는 장을 보고 음식을 한다. 푹 쉬고 난 뒤 “배고파” 한마디에 차려진 밥상은 그릇까지 말끔히 비워진다. 그리고 한 주 동안 먹을 고기와 반찬을 소분해 보낼 채비를 한다. 딸에게 가장 안전한 은둔의 장소가 늘 엄마이기를,

나는 오늘도 조용히 바란다.



미루지 않기로 한 마음


나는 돌아가신 엄마와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장사를 하느라 늘 바빴던 엄마와 여행도 못 가봤다.

그 흔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늘 후회로 남아 있었다. 엄마랑 둘이서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것도 나에겐 큰 아픔으로 새겨져 있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만큼은 미루지 않기로 했다.

카페도 자주 가고, 둘이서 사진도 자주 찍고, 특히 딸 녀석은 인생 네 컷이라는 요즘 유행하는 사진을

찍자고 해서 몇 번을 찍기도 했었다. 여행은 몇 년 전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제주도 3박 4일의

모든 일정과 경비를 통 크게 결재를 해주기도 했다. 딸 녀석은 소소한 행복을 엄마(외할머니)와 누리지

못한 것을 알고 있다. 어느 날 내가 딸과 데이트를 하다 울컥하는 마음에 외할머니 이야기를 했었다.

그 후로 딸은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려고 마음을 써주고 있다. 딸의 그런 마음은 늘 고마웠다.

딸과 나누는 일상의 행복은 내가 우리 엄마와 누리지 못한 마음에 응어리를 풀기에 충분하였다.

나는 딸에게 기분 좋은 은둔의 장소이고 싶다는 바램은 언젠가 내가 곁에 없더라도, 딸의 마음속에 엄마는 그리움과 슬픔이 아니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은둔의 장소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무너질 때가 있고 나를 성장시키는 때가 오면 혼자서 웅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다시 내일을 살아낼 힘을 얻는다. 누군가에게는 방 한 칸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여행일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산책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는 오래도록 그 이름으로 남고 싶다. 힘들면 찾아와서 아무 말 없이 쉬어도 되는 사람. 마음껏 웃고 마음껏 울고 속 시원히 모두 다 내어주는 사람. 속상한 말도 맞장구쳐주며 대신 욕해주는 사람. 네가 최고라고 너만큼 잘하는 사람 못 봤다고 매일 응원해 주는 사람. 어디 가서든지 너는 사랑받는 사람이란 걸 말해주면 엄마 딸이니깐 그런 거라고 말해도 무조건 응원하는 사람.

딸의 삶에 그런 은둔의 장소가 평생 되어주는 곳. 그것이 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유다.

"딸아! 나는 너를 매일 응원하고 너의 모든 시간을 축복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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