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한국어인데...

by 도르가

같은 말, 다른 해석

사람들은 흔히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같은 뜻으로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 감정의 체계를 가진 존재이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비난처럼 들릴 수 있다. 말은 결국 자신의 주관대로 통역이 된다.

말은 어제나 감정을 동반하다. 문제는 그 감정이 말보다 먼저 도착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설명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이미 감정으로 해석을 끝내 버리곤 한다. 나는 분명히 '어'하고 말한 것을 상대는 '아'하고 받아서 혼자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면 '정말 복장이 터지는 일'이 많아서 미치고 환장할 때가 있다. 이것을 감정에 불일치라고 해야 할까? 때로는 조심스럽게 말을 해야 할 순간에도 비꼬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마음속에 이미 판단이 들어 있는 상태가 있어서 말은 중립처럼 보이지만, 의도는 이미 방향을 정해져 있기도 한다.

그 미세한 어긋남이 관계를 흐린다.


김훈 작가는 말의 무게를 이렇게 다뤘다. 칼의 노래에서 그는 말이 줄어들수록 존재가 선명해진다고

말한다. 화려한 수사는 진실을 가릴 수 있고, 절제된 문장은 마음의 결을 드러낸다. 유시민 작가도

말과 글에서 말은 생각의 결과물이 아니라 생각 그 자체라고 짚는다. 말이 흐리면 생각도 흐려진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기술에서 관계의 갈등은 '사실의 차이'가 아니라 '의미 부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같은 사건에 다른 의미를 붙이니 말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말보다 해석이 앞설 때, 진심은 왜곡된다. 그래서 말을 줄이고, 의도를 점검하는 것. 내가 하려는 말이 '전달'인지 '판단'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말은 언제나 나를 설명한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를 늘 점검해야 한다.


진심으로 하는 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말을 할 때 어떻게 말을 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궁금했다. 편한 사이라도 서로 진심으로 속내를 터놓고 말을 할 때, 오해 없이 있는 그대로 말을 받을 수 있을까? '내 말이 어떻게 들릴지를 상상해 보았나.?' 진심은 말의 강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상대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도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말에는 기술보다 태도가 필요하다. 마셜 로젠버그는 비폭력 대화에서 관찰, 감정, 욕구, 요청의 순서를 제안한다. 평가를 빼고, 사실을 말하고 비난 대신 감정을 밝히고, 요구가 아닌 요청으로 말을 하면 공격이 되지 않는다. 오래전 나도 비폭력대화 수업을 받았지만 알려주는 대로 말을 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말을 하다 보면 내 입장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성급함에 말이 전해지지 않고 말싸움이 되기도 하니 서로 피곤해졌다. 유시민 작가는 '설명하지 말고 확인하라' 라고 한다. 나는 이렇게 말했지만, 너는 어떻게 들었는지 묻는 순간 대화의 방향이 바뀐다고 한다. 말은 많아질수록 실수하게 되고 의도는 흐려진다.


우리가 자주 빠지는 함정은 '선의의 확신'이다. 나는 진심이었으니 상대도 알아줄 거라는 믿음.

하지만 진심은 전달되었다는 사실로만 증명된다. 상대의 막음에 도착하지 못한 진심은 결과적으로는

혼잣말에 가깝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 '나 지금 누구에게 말한 거니.?'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어 본

이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말하기 전에 한 번 멈추고, 말의 목적이 이해인지 해소인지 점검인지

들여다 보자.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감정을 확인하고, 내 마음에 들어온 말을 잘 분리할 때 말은 서로의

감정을 신뢰로 이어준다. 글을 쓰는 동안 나의 언어와 말에 대해 나도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마음을 고려한 말을 하기.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갖기. 말속에 뼈를 담지 않도록 하자.


#말의온도 #다름을존중하다 #진심이전달될때 #오늘도감사 #오늘도글을쓴다



AI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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