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딸에게 쓰는 21일간의 편지 - 여덟 번째

by 도르가

오늘은 주일

오늘은 엄마가 성경을 읽다가 속이 부글부글 끓었던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히스기야 왕 이야기야. 그 왕은 큰 병에서 기적적으로 나은 직후, 멀리 바빌론에서 찾아온 사절단에게 자신의 보물창고와 무기고를 전부 열어 보여줬어. 아마도 "나 이렇게 대단한 왕이야!", "우리나라 이만큼 잘 살아!" 하고 자랑하고 싶었겠지. 그런데 그 '자랑' 한 번이 훗날 바빌론이 유다를 침략하는 빌미가 되고 말았어. 읽으면서 처음엔 답답하고 속이 상했는데, 조금 있다가 피식 웃음이 났어.

… 이거 나잖아.......

엄마는 오지랖이 좀 있거든. 솔직히 말하면, 좀 많이 있지.

기분이 좋으면 필요 이상으로 다 보여주고, 다 나눠주고, 다 털어놓고. 나중에 혼자 후회하면서

'아, 왜 그랬을까' 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히스기야 왕이 미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마음이 이해되는 건 나도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그런데 말이야, 너는 엄마를 별로 안 닮은 것 같더라. 엄마처럼 감정이 앞서거나 충동적으로 다 꺼내놓는

스타일이 아니잖아. 차분하게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감정과 상황을 잘 정리하는 편이지.

솔직히 가끔은 그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엄마 마음을 다 알아줄까 걱정될 때도 있어. 그런데 동시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도 있어. 엄마보다 지혜롭게, 엄마보다 사리를 잘 분별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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