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물 20

당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

by 괜찮은


천연색이 스러진다.

검정이 나를 채운다.


어둠 속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 떠오른다.

나를 보는지 자신을 보는지 알 수 없다.


고개를 돌린다.

나도 따른다.

무릎을 짚고 나의 틀을 빠져나간다.


더 붙잡을 수 있었다.


나에게 삿대질을 해댄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나를 다루는 방식이 가끔 못마땅하지만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는데

때때로 그의 눈동자가 온전히

나를 보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요즘 그는 부쩍 슬픈 표정을 자주 짓는다.

화가 난 듯 미간을 찌푸리고

어금니를 깨물다가,

결국엔 나를 보는 눈동자에

깊은 수심이 차오른다.


그러다 또 한 번의 삿대질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보고 웃는데,

솔직히 그는 어색한 웃음보다

무표정이나 슬픔이 어울려 보인다.

그래도 날 보고 웃어주면 마음이 조금 풀린다.


천연색이 스러지고

나만큼 짙은 새벽이 찾아오면

주변의 어둠을 힘껏 빨아들인다.


방 안의 침묵

꺼지지 못한 생각

그의 마른 숨까지

온 우주의 기운을 내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언젠가

블랙홀처럼 그를 가둘 것이다.


나만 바라보게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아래에 당신이 끄는 순간 당신의 얼굴을 돌려보내는 내가 있습니다.




















나는 'TV'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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