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매일 쓰지만 보지 못하는 것
나는 당신이 잠든 사이, 머리맡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숨을 죽인 채 아침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하루가 시작될 때, 나는 비로소 당신의 얼굴 위에 올라앉아 당신과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
내가 없다면 당신에게 세상은 그저 형체 없는 물감들이 번진 캔버스에 불과하겠지만,
내 몸을 통과하는 순간 모든 선은 날카로워지고 모호했던 색들은 제 모습을 찾아갑니다.
가끔 당신의 숨결이 내 몸을 감쌀 때면, 나는 잠시 하얗게 정신을 잃기도 합니다.
밤이 깊어 당신의 콧등에 두 개의 붉은 흔적을 남기고서야 나의 임무는 끝이 납니다.
붉은 흔적은 당신을 응원하는 나의 편지입니다.
당신의 시선을 가장 앞에서 이끌지만, 정작 당신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나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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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