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물 02

당신을 위해 중력을 받아내는 것

by 괜찮은


우리는 뉴턴보다 먼저

중력을 알았습니다.

머리가 아닌 바닥으로,

온 무게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본래 활동적인 성격이라

밖으로 나가길 좋아하지만,

할 수 있는 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는 일뿐입니다.


선택받지 못한 날에는

조금 어두운 곳에서

친구들과 하루를 보내는데,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엔

그만한 장소가 없습니다.


어쩌다 외출을 다녀온 날엔

한동안 밝은 곳에 머뭅니다.

그곳엔 당신이 편애하는 친구가

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그 친구는

말투가 참 편안합니다.

당신이 자주 찾는 건 그래서겠지요.


반짝반짝 빛나는 다른 친구는

드물게 매캐한 냄새를 묻히고

돌아와서는 만났던 모두가

슬퍼 보였다 하고,

키가 크고 다부진 친구는

험한 곳을 오르내리며 힘들었지만

신선한 공기를 맘껏 마셔

좋았다 했습니다.


우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당신이 현관문을 열고 나설 때면

언제나 그 곁에 있습니다.


우리는 늘 둘이서 함께합니다.

홀로 남겨진 하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함께 무게를 나눠지다가

어느 한쪽의 기력이 다하는 날이 오면,

우리는 오랫동안 짊어지던 것을 내려두고

당신 곁을 떠날 것입니다.

운명 공동체란 그런 것이니까요.


그때를 위해 생각해 놓은

작별인사가 있습니다.


"미안해요. 우리 처음 만난 날,

당신을 아프게 할 마음은 없었답니다."



당신의 가장 낮은 곳에서 당신을 받쳐주었던 우리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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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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