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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믈리연 Jun 24. 2024

글쓰기 전, 생각 정리하는 방법

노트나 노트북을 펼치고, 머릿속에 떠올렸던 생각들을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주제와 소재가 있고, 플롯이 있다 해도 글쓰기 전, 기초작업을 하지 않으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겁니다. 내용도 뒤죽박죽, 분량도 길어지고, 주제도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겪으며, 글쓰기 전에 꼭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운동으로 치자면, 몸풀기와 같은 거죠.

그러면 글의 주제, 내용,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글쓰기 전에, 어떤 걸 하면 좋을까요? 




첫 번째로 브레인스토밍하기입니다. 떠오르는 것들을 자유롭게 적는 거죠. 예를 들어, 사과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사과를 떠올리면 어떤 것들이 연상되나요. 사과, 껍질, 특징, 효능, 과일, 계절, 색, 사과나무, 지역, 씨앗, 어릴 적, 핑거푸드, 할머니 등 '사과'라는 단어가 쏘아 올린 공에 연상되는 것들을 나열하다 보면 어린 시절과 연결되는 사람까지 떠오릅니다. 미각 및 후각까지 파고듭니다.


두 번째로 마인드 맵입니다. 정통 마인드맵이라고 하기보다는 잘 정리한 생각 가지치기라고나 할까요? 사과를 중심으로 하여 부 가지 몇 개를 그려봅니다. 예를 들어 영양소, 효능, 종류, 음식, 관련 명언 등으로 나눠볼게요.

1. 영양소: 비타민 C, 비타민K, 미네랄, 식이섬유

2. 효능: 심장 건강, 소화기 건강, 체중 관리, 혈당 조절 등에 도움

3. 종류: 아오리, 산사, 아리수, 홍로, 부사 등 한국 사과만 해도 9가지

4. 음식: 견과류, 치즈, 샐러드와  좋은 궁합. 잼이나 주스로도 만들어 먹을 수 있음

5. 관련 명언: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매일 사과 하나를 먹으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 “One bad apple spoils the whole barrel(상한 사과 하나가 다른 사과까지 부패시킬 수 있다.)", “The apple doesn’t fall far from the tree(사과는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 간단하게 쓰기입니다. 머릿속에 사과와 관련된 생각을 적다 보니, 여름사과인 '아오리'와 연관된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때의 기억을 소환하여 그냥 적어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어느 여름 날. 엄마가 연한 노란색을 품은 연두색 과일 하나를 가져왔다.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사과라는 말에, 연둣빛 사과도 있냐며 물었다. 자세히 보니 껍질에는 주근깨 같은 점이 한가득 박혀있었고 표면은 매끈하기보다 도돌도돌했다. 생긴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한 철만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반달 모양처럼 깎아준 사과 조각을 받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에 침이 고였다. 달콤하기보단 새콤하고, 부드럽다기보다는 텁텁하고, 아삭하기보단 서걱한 식감이었다. 계속 먹어야 하나 싶을 즈음, 매일 먹던 새콤달콤 사과 맛이 떠올랐다. 한 조각만 먹으려다가 다 먹어버렸다. 그날 이후,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어도 먹고 싶은 사과는 아오리였고, 한 여름에만 만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혹여나 이른 시기에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보채기도 했다.


'아오리'라는 단어를 만나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시각을 포함하여 촉각, 후각, 미각까지 소환했습니다. 글쓰기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가, 쓰는 순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여섯 문장을 쓰는 잠시 동안, 초등 저학년이었던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가도 되지만,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맵,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간략하게 써보는 것만으로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습니다. 어떤 주제를,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할지만 명확해도 글의 흐름을 명확히 잡을 수 있습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퇴고하는 횟수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본인에게 맞는 방식이 있다면 습관으로 만들어, 주제와 방향이 분명한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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