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다른 작가님의 글에 단 댓글을 다시 찾아가 고치기를 반복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합니다.
'내가 쓴 이 댓글은 이 글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쓴 걸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작가님이 오해를 하지는 않을까?'
심지어는 글 말미에 붙인 이모티콘마저 몇 번을 고민하면서 고치기도 합니다.
'이 이모티콘은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것 같은데 너무 나이 든 티 내는 거 아닐까?'
'그렇다고 요즘 이모티콘을 따라 쓰는 것도 좀 우스워 보이잖아.'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 정도면 병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댓글 쓰기를 귀찮게 여깁니다. 아마도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글을 써서 발행하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찾아가 읽을 여력까지는 없습니다. 설령 어쩌다 글을 읽는다고 해도 거기에 댓글을 다는 일은 읽는 것과는 별개로 굉장히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저 또한 댓글을 하찮거나 귀찮게 여기던 사람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에 대한 다른 시각이 하나 생겼습니다.
'댓글 쓰기 역시 나의 글쓰기 실력을 늘려주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사실 댓글을 다는 일은 고도의 읽기 능력과 쓰기 능력이 요구되는 글쓰기라는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은 후 그 사람의 의도와 주제를 정확히 찾아낸 다음, 그 사람의 글에 대한 적절한 의견을 달아주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뭐 물론, '작가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도로 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쓰는 것 또한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 댓글 역시 자신의 글 하나 쓰기 힘든 이 바쁜 세상 속에서 정말 쉽지 않은 수고로운 일인 까닭이죠.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글의 주제와 요지를 파악하고 적절한 내용의 댓글을 달아주는 일은 읽기와 쓰기 능력을 한꺼번에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을 쓰기 위한 읽기는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좀 더 집중해서 읽어야 합니다. 저 또한 작가님들의 글을 처음 읽을 때에는 그렇게 집중을 해서 읽지는 못합니다. 일단 속독을 해서 한 번 쓱 읽은 후, 그렇게 읽었음에도 감동이 있는 글을 다시 한번 집중해서 읽습니다. 더 나아가 내 감동을 댓글로 적어 드리고 싶은 때에는 다시 한번 더 집중해서 읽습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느꼈는지를 확실히 파악하고 거기에 대한 내 의견을 댓글로 쓰기 위함입니다. 나름 제 기준에 맞는 댓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작가님의 글을 세 번 정도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읽기 능력은 조금 더 향상될 수 있습니다.
댓글을 쓰는 일은 그러한 읽기의 다음입니다. 글에 사용된 좋은 문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표현 방식 같은 글 자체에 대한 의견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주로 작가님이 쓰신 문장 중 제 마음에 닿은 문장을 뽑아 댓글에 인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이런 문장이 제 마음에 와닿네요. 감동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등으로 작성을 하죠. 물론, 글에 드러난 작가님의 생각에 대한 의견이나 고민에 대한 따뜻한 나눔 역시 훌륭한 일이 될 것입니다. 다만, 저는 그러한 경우에 있어서도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다.'나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옳았다.'와 같은 자칫 비판으로 들릴 수 있는 판단을 적는 일은 지양하는 편입니다. 제가 쓰는 댓글에 혹시 상처라도 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댓글은 그저 제 의견만을 던져 놓는 것이 아닌 상대가 있는 소통의 방식인 까닭이죠.
댓글에 대한 댓글인 대댓글은 더욱 고민이 됩니다. 제 글에 대한 의견의 요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와 더불어 의견을 달아줘야 하는 거니까요. 물론 이것 역시 때에 따라서는 '감사합니다.' 한 줄 정도로 마무리할 수도 있겠지만 저로서는 되도록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 대댓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대댓글을 쓸 때면 저는 마치 그 작가님과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 짧은 댓글을 가지고서 작가님의 제 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읽고 그 마음에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집중을 하다 보면 마치 작가님을 앞에 두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제게는 팍팍한 일상 속의 작지만 소중한 기쁨입니다.
제가 대댓글에서 신경을 쓰는 부분 중의 하나에는 글의 길이도 있습니다. 이건 보통의 문자메시지나 카톡 같은 SNS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정성스럽고 긴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간단한 답장이 돌아오면 실망스러울 때가 종종 있는 까닭입니다. 되도록이면 남겨주신 댓글의 길이에 맞춰 대댓글을 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글을 발행한 후 댓글 하나하나 올라올 때마다 바로 대댓글을 다는 편은 아닙니다. 일단 글을 발행한 후의 반응에 조마조마하게 되는 것이 싫어 제 글을 당분간 보지 않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작가님들의 댓글 또한 저의 글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댓글이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가만히 두는 편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댓글이 달렸다 싶을 때 거기에 대댓글을 달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제게 댓글을 쓴 작가님들은 실시간으로 댓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제 의견이 섞이지 않은 작가님들만의 의견만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까닭에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작가님들이 써주신 댓글들을 차례로 읽다 보면 ' 아, 나의 글은 작가님들에게 이렇게 읽히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 글이 어떻게 전달이 되고 있는지를 보다 명확히 알게 됩니다.
대댓글을 나중에 다는 마지막 이유로는 역시, 대댓글을 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댓글을 다신 작가님의 의도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피드백과 마지막으로 제 글에 대한 관심에 감사인사까지 전해야 하는 데는 역시 글을 발행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댓글은 이 브런치 세상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사실 저 역시 글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라이킷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 감동이나 깨달음이 라이킷만으로 표현하기에는 모자라다 생각되면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댓글을 달아 표현합니다.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 역시 제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주며 우리는 글을 매개로 한 좋은 친구가 됩니다. 그런 좋은 관계는 서로를 격려하며 꾸준한 글쓰기를 보다 쉽게 만들어 줍니다.
댓글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씁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좋은 까닭이죠. 보통 브런치 글을 잠자기 전 밤에 올리는데 다음날 보게 되는 라이킷과 따뜻한 댓글들은 제게 하루를 위한 선물처럼 다가옵니다. 근무시간 혹은 점심시간 틈틈이 작가님들의 댓글을 읽습니다. 그리고 귀중한 시간을 내어 제게 보여주시는 관심과 노력에 감사하며 다시 댓글을 답니다. 댓글 하나 읽고 대댓글을 다는 일은 제게 중요하고도 행복한 일입니다. 이 거친 세상 속에서 누군가 저란 사람의 생각이 담긴 소소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만약, 이곳이 아니라면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 이런 따뜻한 말들을 들을 수 있을까요?
P.S. 예전에 써놓은 글인데 브런치를 다시 시작할 때의 마음을 상기하고 싶어 꺼내어 보았습니다. 댓글에 대한 글임에도 댓글을 막아 놓은 점,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