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어떤 식으로든 시스템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이 글쓰기 공간에 대해 브런치팀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그 고심 끝의 결과라고 믿기에 일단 환영하는 바이다. 다만, 이 변화가 브런치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차차 지켜봐야 할 일일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히 우려가 되는 일이 보인다. 바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에 관한 것이다. 일단 알다시피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면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무척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대단한 글솜씨의 작가를 선발하겠구나라는 생각보다는 이런 과정을 거쳐 광고 등 글쓰기 외의 다른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거를 수 있겠구나란 정도의 기대를 했다. 그리고 나의 이 기대는 일정정도 충족이 되었다. 브런치는 정말 잡다한 광고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청정지역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역효과로 새로운 창작자의 유입 또한 다른 플랫폼에 비해 현저히 더디게 되었다. 브런치의 작가는 콘텐츠의 공급자인 동시에 수요자인 독자이기도 했기에 작가 선발의 어려운 관문은 고스란히 브런치 성장의 큰 장애물이 되고야 말았다.
이런 상황의 브런치에다가 이번에 브런치 팀은 또 하나의 관문을 설치했다. 바로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인데 문제는 여기에도 작가가 되는 것처럼 선발 과정을 따로 만든 것이다. 브런치 팀이 정한 일정 조건을 만족한 일정 분야의 크리에이터로 인정받아야 비로소 후원을 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나는 이것이 사뭇 우려가 된다.
아마도 브런치 팀은 기존의 브런치 작가들이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양질의 창작을 할 것을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일단 댓글을 쓸 때 주저하게 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왠지 댓글만 쓰고 적은 금액이라도 후원을 하지 않는다면 미안한 마음이 들거나 눈치가 보일 것 같아서이다. 결국 난 댓글을 쓰고 싶지만 후원을 못한 까닭에 주구장창 '좋아요.'만 누르게 되지는 않을까?
또, 이 후원 시스템이 나름 정착된다하더라도같은 작가끼리 계속 후원금만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인 까닭에 미안한 마음에 친분이 있는 작가들끼리 서로 후원금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종국에는 친목계 모임 같은 것으로 변질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아니면, 크리에이터가 되지 못한 대다수의 평범한 작가님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다가 있는 정 없는 정 모두 떨어져 브런치를 떠나고 말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진심을 말하자면 나의 이런 불길한 예상이 그저 기우로만 끝나길 바란다.미우나 고우나 브런치는 나를 작가라고 불러 준 첫 번째 친구이고 그러기에 이곳이 망하거나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되는 일은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내게 있어 이곳은 글쓰기의 고향 같은 곳인 까닭이다.
그나저나, 지금부터 나도 후원을 받는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 하나의 분야를 정해서 그 방면의 글만 집중적으로 써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뭘로 정하지? 여행? 교육? 브런치의 흥행 보증수표 같은 푸드? 이혼?
또, 궁금하다. 브런치팀에 의해 어떤 분야의 크리에이터로 인정되면 그 분야의 글만 써야 자격이 유지되는 걸까? 이를테면 브런치팀에 의해 푸드 크리에이터로 인정되면 나는 계속 음식과 요리 얘기만 죽어라 써내야 하는 걸까? 뭔가 작가로서의 내 정체성을 내 의견과는 무관하게 제삼자가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만 같아 상상만으로도 답답하고 불편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계속 하나의 고민이 따라붙을 것 같다. 과연 이 글의 소재와 주제는 브런치팀에서 만든 후원을 받는 글의 기준에 적합한 걸까? 또 이런 글을 올리면 브런치팀에서는 얼마나 좋아해 줄까?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냥 지금처럼 내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돈 안 되는 글을 쓰는 나의 길을 이어 갈 테다. 굳이 까놓고 말하자면 나는 무규칙 잡식성 크리에이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