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검도 단상

새끼손가락을 잘랐던 이유

by 옥상평상


검은 왼손의 새끼와 약지, 그리고 중지로 단단히 잡아 지지한 후 가볍게 쥔 오른손으로 컨트롤을 한다. 검을 배라고 한다면 추진력을 얻는 노와 프로펠러의 역할은 왼손이 하고 오른손은 배의 키 역할을 한다.



검도에서는 새끼손가락의 운용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왼쪽의 것이 그러하다. 일상에서는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손가락이 검을 든 전투상황에서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것에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일본의 야쿠자와 같은 조폭 집단에서는 조직을 배신하는 등의 죄를 저질렀을 때 왼손 새끼손가락을 잘라냈다. 잘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다시 검을 잡지 못하게 해서 전투 능력을 상실케 하기 위함인 것이었다. 나도 검도를 배우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새끼손가락을 자르는 이유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하면 여전히 '유비 쓰매'라는 손가락을 자르는 일본의 단지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와 있는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내가 추측한 것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게 규율과 위계를 중시했던 일본의 낭인집단에서 아무런 실용적인 이유 없이 단지 풍습이라는 이유만으로 새끼손가락을 잘라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일상에서는 크게 쓸모가 없는 왼손 새끼손가락은 적어도 검을 쥘 때만큼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러기에 전투 집단이었던 야쿠자는 그들의 형벌로 새끼손가락을 잘라내 전투능력을 상실케 하는 것을 채택했던 것이다.


새끼손가락은 잘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물론 그 순간의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정받은 셈이니 조금이나마 기뻐하지는 않았을까?


나도 이 냉혹한 일터에서 잘리는 순간,

미소를 지어야 하는 아닐런지.

마지막 순간이나마 내 존재의 무게를

인정받은 셈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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