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머리는 엄마를 닮아서.

정겨운 가족 단톡방

by 옥상평상

발리에 혼자 와 있어 좋은 점 중 하나는 한국에 있을 때는 아이들의 반응이 없어 거의 폐가 수준이었던 가족 단톡방이 부활했다는 것이다. 나와 아이들의 유일한 소통 창구가 된 까닭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는 확연히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뭐 그래봐야 주로 휴대폰 시간제한 풀어 달라거나 배달 음식 시켜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부부 둘 만 얘기했던 예전보다는 분위기가 좋다.


'공부머리는 엄마를 닮아서'라는 영상을 다음과 같은 멘트를 붙여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하하, 이제 나한테 뭐라고 하기 없기다."


https://youtu.be/nX_saeQXNhk?si=2CNaf5nUnwi_9Fcd



이 겁 없는 장난(?)이 아내의 핀잔 한 마디 정도로 끝나고 말 거라고 생각헀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고등학교 2학년인 당사자 아드님 본인께서 직접 단톡방에 등판한 것이었다.



"아니죠.

아빠는 애석하게도 제 공부머리를 자랑할 기회를 잃어버리신 겁니다. ㅎㅎ"



당황한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대꾸하며 평소 말이 앞섰던 큰 아이의 약점을 공격해 들어갔다.



"오오 그렇구나. 제발 아빠가 그 기회를 잃어버린 걸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다오. 우리 큰 아들^^"



"넵!!"


의외로 아이는 어떠한 변명도 없이 쿨하게 반응하며 내 입을 막아버렸다. 아빠나 되어 가지고 자식에게 지질하고 못난 티를 내고 만 것만 같아 살짝 부끄러웠다.


이 시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식사하고 있을 아내가 떠올랐다. 나중에 우리 둘의 대화를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놀고들 있네..."



우리집 단톡방은
오늘도 정겹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