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마음이 글이 되는 순간

by 힐링튜터


"엄마, 오늘 학교에서 친구가 나한테 빗자루질시켰어.

정말 하기 싫었는데… 그냥 했어."


“그럴 땐 싫다고 말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네가 만만한 애가 되는 거야.

다음부턴 꼭 표현해, 알겠지?”


내 말에 4호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고 나면 그 친구가 나 싫어하면 어떡해?

그리고 이상하게… 한다고 말하고 있는 내 입이 더 편했어."

며칠 전, 막내와 나눈 대화였다.


며칠 후, 지인과 차를 마시다 그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유식 할 때였는데, 어머니가 물에 말은 밥을 아이에게 먹이더라고.

그게 너무 싫었거든. 근데 그 순간 ‘싫다’고 말하는 게 더 싫었어.

그 말을 뱉는 순간, 어머니와 나 사이에 흐를 차가운 공기와 분위기를 생각하니까.”






나는 그동안, 속상해도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누군가 내게 상처되는 말을 해도,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내가 먼저 “미안해”라고 말하고 그 상황을 피했다.


그게 서로에게 덜 상처되는 길이라 생각했다.

타인의 불편함까지 내가 끌어안는 게 오히려 편했다.

그게 사람을 잃지 않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심리학 책이나 말하기 책에서는 말한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라고.

그 말이 옳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수없이 맴돌다 사라지는 말들.


‘지금 말해도 될까?’

‘어떻게 말하지?’

‘괜히 말해서 틀어지면 어떡하지?’


그렇게 혼자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다음 기회로 미루곤 했다.


결국 내뱉지 못한 말들.

그 말들이 쌓이고 쌓여,

작은 모래알처럼 내 안에 남는다.

관계가 익숙해지고 가까워질수록

그 모래는 묵직한 바위가 되어버린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내가 택한 건,

조용히 멀어지는 일이었다.


이제는 억지로 표현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여전히 상대와 차가운 공기로 불편함을 겪느니

차라리 내가 참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라진 게 하나 있다.

말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쓰는 일이다.


글로 적다 보면

내가 정말 잘못한 건지, 아니면

그저 오해가 엇갈렸던 건지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진짜 내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글을 쓰고 나면

서운함도, 억울함도

조금은 누그러진다.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정돈되면

나 자신을 덜 탓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번,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그제야 나는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된다.


“그건 나한테 조금 불편했어.”

“나는 이렇게 해주길 바랐어.”


여전히 나는 완벽하게 말하지 못한다.

여전히 상황 앞에서 한 박자 늦고,

여전히 어떤 날은 그냥 넘이가 버린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은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글이 되는 순간,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해는

언젠가 더 부드러운 말로

세상에 흘러나올 준비를 한다.








에세이상점은

한 권의 에세이를 읽고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한 문장을 고르고,

그 문장을 마주하며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적어요.



나를 이해하는 시간,

그 시간들이 쌓여 부드러운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과정.

저와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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