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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튜터 Feb 20. 2023

시어머니의 귀여운 비밀

결혼을 하고 시댁에 처음 인사를 하러 갔다. 맛있고 복스럽게 잘 먹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시부모님은 무척이나 예뻐하셨다. 거짓말 안보태고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이 내입에 꼭 맞아서인지 어떤 음식을 먹어도 다 맛있었다. 요즘도 어머니는 음식을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을 보라며 내 입에 국자를 들이대시곤 한다. 그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 너무 맛있어요!" 라고. 어머니는 그런 나를 향해 "니 입에 맛없는 게 어딨노" 하신다. 띠로리. "아무리 먹는거 좋아하지만 맛있고, 없고는 안다구요" 하지만 어머니가 하신 음식은 솔직히 정말 다 맛있었다.





남편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음식도 몸에 좋지 않으면 일부러 가린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삼시 세끼 간식까지 밀가루를 달고 사는 편이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다. 구내식당에 점심으로 소세지나 햄 같은 인스턴트 식품이 올라오면 거의 먹지 않고, 동료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그런 남편은 요리재료에도 신경을 쓴다. 우연히 건강강의를 들었는데 다시다가루와 미원은 화학 조미료라 건강에 안좋은건 말 할 것도 없고 후추는 우리 몸속에 축적 된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가능하면 집에서 요리할때는 쓰지 않게 되었다. 국을 끓일 때에는 인공 조미료대신 멸치육수와 간장으로만 간을 했다. 갑자기 조미료를 쓰지 않아 그런지 당시 나의 음식은 항상 2%가 부족한 느낌 이었다. 깊은 맛이라곤 없었다.






집에서 밥을 먹을땐 음식맛이 2%가 부족하다고 말하던 남편이, 시댁에 가면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어머니와 비교를 하는 것이 아닌가. 똑같은 된장에, 똑같은 재료로 음식을 하는데 맛이 다르다며 말이다. 그런 남편에게 한 번은 '어머니도 조미료 넣으시거든! 나는 안넣으니깐 그렇지!'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댁에서 식사를 하던 중 조미료 이야기가 나왔다. 남편은 어머니에게 몸에 좋지 않으니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고 넌지시 말했다. 그 후 어머니는 음식을 할 때 조미료를 넣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알고 봤더니 아들에게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말하며 눈치껏 사용하셨던 것이다. '조미료를 넣어야 맛이나지 안 넣고 어디 맛이 나나. 그래도 나는 쪼금밖에 안넣는다.'라고 말하시는게 아닌가. 사실 어머니의 조미료 사용량이라고 해봐야 다시다 커피숟갈로 한 숟가락, 미원 한 꼬집 정도 이며, 한번 음식을 하면 많은 양을 하시기에 그 사용량은 미미하다. 아들 눈치 보며 조미료를 사용하시는 어머니 모습은 왠지 비밀스러워 보였고 귀여워 보였다. 마치 6살 막내가 내 귀에 대고 '엄마, 있잖아 비밀인데..."라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만 옆사람에게는 다 들리는 그런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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