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울타리 장미가 활짝 피었습니다. 올해처럼 탐스럽고 아름답게 핀 적이 없다 싶을 정도로 많이 피었습니다. 빨간 장미지만, 가지를 뻗히며 올라가는 여덟 그루의 장미의 옷 색깔은 빨간색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조금씩 다른 서로의 느낌을 보여 줍니다.
서로 다른 붉은색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풍성한 꽃들은 길가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그저 물만 줬을 뿐인데 미안할 정도로 풍성하게 피워내며 피워가려고 하는 많은 몽우리도 달고 있습니다.
앞집 할머니께서 장미꽃 향기를 맡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아유~ 나는 이 꽃보는 재미로 살아~"
"아침마다 이 향기를 맡아~"
"그래요? 향이 많이 나나요?"
"그럼~~ 자 한번 맡아봐 다 조금씩 달라"
예쁜 모습 못지않게 무서운 가시 때문에 항상 조심하며 다뤘던 장미 가지를 들춰 꽃 몽우리에 코를 댑니다.
그러고 보니 장미꽃이 이렇게 많이 피었는데 향을 직접 맡아볼 생각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도 맡고 저기도 맡으시며 그중에서도 검을 만큼 진한 붉은색에 유난히 뼈대가 굵은 아이 앞으로 데려옵니다.
"이 향기를 맡아봐"
"할머니 젊은 시절, 화장하실 때 쓰셨던 것요?
아직도 그 향기를 기억하세요? 대단하세요^^"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아름답게 도와주었던 코티분, 아 오래전 어머니께서 쓰시던 코티분이 떠올랐습니다.
옥색 한복을 즐겨 입으시던 단아한 어머니의 모습도 장미향에 투영되어 보입니다. 추억의 코티분이 궁금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직도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감동을 받습니다. "1935년 미국의 코티사에서 제작돼 국내에 들어온 지 60여 년이 되는 코티분의 정확한 명칭은 코티사(Coty)의 ‘에어스펀(Airspun)’이다. 코티분은 화장품뿐 아니라 한때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입, 국산 모든 공산품을 통틀어 최고(最古)의 제품이다. 코티분이 한국에 들어온 1950년대 당시는 국내 화장품도 거의 처음 출시되는 시기였고, 처음으로 수입된 외제 화장품이었다. 또한 향수가 없던 때라 향기가 나는 고운 루스 파우더인 코티분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던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국산 파우더보다 높은 가격 탓에 가짜 코티 분까지 나왔을 정도로 코티분은 높은 인기를 누렸다(출처 : 뷰티 경제 http://www.thebk.co.kr).
향기는 추억으로 저장된다고 합니다. 감정은 감각과 함께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해 질 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솥밥을 지어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은, 갓 지은 밥 냄새나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를 맡을 때 다시 그려집니다. 준 것보다 더 많은 사랑으로 보답하는 장미가 고마운 날입니다. 내게 준 행복감도 크지만, 아침마다 향기 맡으며 너무도 좋으시다는 앞집 할머니께 작은 추억을 돼 새겨 안겨드리기에 더 고마운 장미입니다.
얼굴도 아름답지만, 마음도 너무 고운 장미입니다.